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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23. 센다이 (1) 일찍 문 닫아요.

아오모리 도서관에 헛걸음을 한 것은 그나마 참을 만 했습니다. 모리오카 취재가 지나치게 잘되었던 데다가, 그 덕분에 기분도 업(up)되고 내친 김에 일정을 앞당겨서 아오모리에 갔다가 허탕을 친 것이니까요. 결국 일정을 당기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늦어지지도 않았습니다.

 

센다이(仙台)는 경우가 다릅니다. 미야기 도서관은 센다이 역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버스 간격이 뜨문뜨문 합니다. 버스를 하나 놓치면 40분씩 기다려야 합니다. 아침 일찍 모리오카를 출발, 센다이 역에는 제시간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버스 정류장이 하도 넓어서 승차장 찾다가 버스를 한 대 놓친 겁니다.

 

 

, 미야기현은 전철도 있긴 한데 버스 의존도가 높은가 봅니다. 버스 승강장이 16개도 넘는데다가, 각 승강장에 서는 버스의 종류도 대여섯 가지는 되는 것 같거든요. 센다이시는 도시 전철이 2개 라인이 있더군요.

 

전철 노선 이름도 간단합니다. 도자이(東西)와 난보쿠(南北)입니다. 이 두 전철 노선이 센다이역에서 교차하긴 하지만, 둘 다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전철보다는 버스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암튼, 간신히 승강장을 찾아서 다음 버스를 타고 45분을 달려갔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에스컬레이터 옆에 세워둔 오늘 오후1시 폐관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경우 욕 나온다고 하죠. 실제로 욕이 나오더군요. 새벽부터 호텔이 제공하는 아침 식사도 거르고 기차타고, 버스까지 놓쳐가면서 왔는데, 리서치 시간을 6시간이나 잘라먹는 겁니다.

 

이유나 알자, 하고서 가장 친절해 보이는 사서 분에게 물었습니다. 와이? 아침 일찍 모리오카를 출발해서 여기 왔다. 그런데 왜 도서관 문을 일찍 닫는 것인가? 불행히도 친절한 사서는 영어가 안되더군요. 그냥 오늘 1시에 닫는다는 말만 계속합니다.

 

 

구글도 열었다고 하고, 정기 휴관일도 아닌데,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하니까, 눈뜨고 당하는 기분인 것이지요, 저는...

암튼, 거기까지 갔으니 최대한 리서치는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최승희 선생의 센다이 공연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기간의 신문 마이크로필름을 신청해서 돌려보기 시작했습니다.

 

도호쿠 지방에서는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곳이 모리오카 밖에 없습니다. 다른 곳은 데이터베이스가 있다고 해도 키워드 검색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거의 데이터베이스라고 볼 수도 없는 거죠. 그냥 마이크로필름을 pdf로 바꿔놓아서 넘기기만 편해진 정도입니다. 날짜를 모르면 기사를 찾을 수가 없죠. 짐작 가는 기간의 신문을 몽땅 넘겨보아야 합니다.

 

 

제가 이유 없는 불평꾼은 아닙니다. 마이크로필름도 없는 것 보다 낫고, 마이크로필름보다는 pdf가 훨씬 나으니까요. 다만, 한국과 유럽과 미국도 신문 자료 정도는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것이 10년이 넘었고, 원활한 운용을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중남미의 여러 나라도 데이터베이스를 시작했습니다. 서울의 제 책상에 앉아서 화면으로 남미의 신문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지역신문은 그 지역에 가서 읽어야 합니다. 검색이 안 되니까 종이 신문을 넘기거나 마이크로필름을 돌려야 합니다. 일부 현이 데이타베이스화에 앞장서고, 아사히신문이 완벽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이니치신문만 해도 쇼와 중기까지의 신문을 키워드 검색할 수 없습니다.

 

 

신문과 잡지 정도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그리 돈 드는 일도 아닐 텐데 어째서 일본이 뒤쳐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디지털시대에 역주행...까지는 아니지만, 디지털 흉내만 내고 있습니다. 디지털화를 안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다른 나라들이 빠르니까 상대적으로 일본만 뒷걸음질 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상황을 무릅쓰고 일본에 와서 온갖 불편을 무릅쓰고 센다이까지 와서 신문 좀 읽으려고 하는데, 이유도 모른 채 6시간의 리서치타임을 강탈당한 저로서는, 이 정도의 불평은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jc, 2023/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