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호쿠2023취재] 20. 아오모리 (6) 하치노헤 공연

최승희 선생은 1937년 6월26일 아오모리 현의 제2의 도시 하치노헤(八戶)에서 공연을 가졌습니다. 공연장은 하치노헤시의 니시키자(錦座)였습니다. 이 공연은 1937년의 행사를 기록한 <토오(東奧)연감(466쪽)>이 확인해 줍니다.

 

하치노헤 지역은 선사시대 이래 사람이 살았다고 하지만, 이 지역을 ‘하치노헤’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도쿠가와 막부가 난부씨(南部氏) 일족을 위해 ‘하치노헤 번’을 ‘모리오카 번’에서 분리시켰던 시기였습니다.

 

난부씨 일족은 이 지역에 많은 요새화된 정착촌과 말 사육장을 설립했는데, 헤(戶)는 그 같은 말 사육을 겸한 요새 정착촌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오모리 현에서 이와테 현의 북부에 이르기까지 ‘헤’라는 말이 붙은 지명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치노헤(一戶)는 오늘날 이와테현의 이치노헤마치(一戶町), 니노헤(二戶)는 오늘날 이와테현의 니노헤시(二戶市) 지역입니다. 산노헤(三戶)는 아오모리현의 산노헤군(三戶郡) 산노헤마치(三戶町), 고노헤(五戸)는 아오모리현의 산노헤군 고노헤마치(五戸町),

 

로쿠노헤(六戶)는 지금의 아오모리현의 카미키타군 로쿠노헤마치(六戶町), 시치노헤(七戶)는 아오모리현 카미키타군의 시치노헤마치(七戶町), 하치노헤(八戶)는 오늘날의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八戶市), 구노헤(九戶)는 오늘날의 이와테현 쿠노헤군의 쿠노헤무라(九戶村)가 되어 있습니다.

 

 

메이지유신(1886)으로 실시된 폐번치현(廢藩置縣, 1871) 조치로 하치노헤 번이 폐지되고 하치노헤 현으로 대체되었다가 다시 아오모리 현에 편입됩니다. 같은 시기에 히로사키번도 폐지되고 히로사키 현이 되었는데, 현청을 하치노헤와 히로사키의 어느 쪽에 둘 것인지를 두고 두 현이 각축을 벌였지만,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어 현청을 아오모리로 이전하면서 현의 이름조차 아예 아오모리 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결과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던 북방의 작은 항구도시 아오모리가 현청소재지가 되면서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오늘날은 아오모리가 현의 최대 도시, 하치노헤가 제2의 도시, 히로사키가 제3의 도시입니다. 아오모리는 하치노헤와 히로사키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지요.

 

 

지금도 아오모리, 하치노헤, 히로사키는 각각 아오모리 현의 3대도시로 꼽히지만, 각각의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아오모리(인구 26만명)는 도호쿠 본선 철도의 종착역이자 홋카이도 연락선의 출발-도착지로서 교통의 요지이자, 행정과 상업 중심도시로 성장했습니다.

 

하치노헤(인구 21만명)는 어업 중심지의 특징을 유지했는데, 하치노헤 항은 일본에서 가장 큰 어항에 속합니다. 더구나 1964년 공업도시로 지정되어 대규모 해양공업벨트로 발전 중입니다. 히로사키(인구16만명)는 쌀 농업과 사과 과수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사과생산의 20%를 담당하는 것이 히로사키입니다.

 

 

예술 공연도 이 세 도시에서 골고루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1936-1937년에 걸쳐 최승희 선생이 아오모리의 세 주요 도시에서 모두 공연을 가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밖의 다른 무용가들로는 사이토 슌지(才藤俊二)가 아오모리 가부키자에서, 에구치 타카야(江口隆哉, 1900-1977)와 미야 미사코(宮操子, 1907-2009) 부처가 히로사키와 하치노헤에서, 타카다 세이코(高田せい子, 1895-1977)가 아오모리 이사미자(いさみ座 )에서 골고루 공연을 가지곤 했습니다.

 

최승희 선생이 공연을 가졌던 하치노헤의 극장 니시키자(錦座)는 1916년에 처음 서양풍으로 건축되었던 도호쿠의 최대 극장이었습니다. 그러나 1924년 화재로 소실된 직후 1926년에 재건되었는데, 최승희 선생이 조선무용을 공연한 것은 이 두 번째 니시키자였습니다.

 

 

영화의 보급이 활발해 진1930년대부터는 영화 상영관을 겸하게 되었는데, 1942년에는 토호(東寶)영화사 전속의 하치노헤 도호극장으로 활용되다가, 1973년 노후를 이유로 철거되고, 지금은 신축된 <하치노헤 제일생명보험> 빌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jc, 202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