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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14학교

[대륙14학교] 36. 배은선 강연-외전 (4) 최승희와 경의선과 경원선, 그리고 만철

최승희는 1937년을 분주하게 보냈다. 이 해에 금강산을 소재로 한 무용영화 <대금강산보>를 제작했고, 미주와 유럽 순회공연이 계약되어 연말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순회공연을 위해서 준비할 것이 많았다. 순회 공연에서 발표할 작품들을 창작하고, 조선과 일본, 그리고 중국 각지의 팬들에게 해외순회공연을 알리기 위한 고별 공연도 해야 했다.

 

 

고별공연은 팬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공연을 하고 떠나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도구(渡歐)고별공연이라는 이름으로 단행된 이 순회공연은, 3년 동안 해외공연을 해야 하니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 공연이자 성원을 부탁한다는 당부의 공연이었다.

 

첫 번째 고별공연은 일본에서였다. 도쿄에서 가까운 순서로 나고야(1937/1/20-26), 교토(1/27-2/2), 고베(2/3-9)에서 각각 일주일씩 공연했다. 3주일 동안 쉬는 날 없이 21일동안 공연을 진행한 것이니 매우 빡센 공연일정이었다.

 

 

나고야와 간사이 공연이 끝난 다음 최승희는 일단 도쿄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도쿄의 집에서 일주일쯤 휴식을 취한 후 최승희는 217일 오후11시 기차로 조선 순회공연 길에 올랐다.

 

219일 오후2시에 경성에 도착한 최승희는 바로 다음 날부터 조선 고별공연을 시작했다. 경성(2/20-21), 인천(2/24), 대전(2/25), 목포(2/26), 여수(2/27), 광주(2/28), 전주(3/1), 군산(3/2)에서 차례로 공연을 가졌다.

 

 

다시 경성으로 돌아와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후 진남포(3/5), 평양(3/6), 신의주(3/7)로 공연을 떠났다. 여기까지가 조선 순회공연이었다.

 

신의주에서 압록강을 건너면 안동(지금의 단둥)이었고 여기서부터 만주순회공연이 시작되었다. 단둥에서 북상해 봉천(지금의 선양)에 도착, 39-10일 이틀 동안 고별공연을 가졌고, 이후 무순(오늘날의 푸순, 3/11), 대련(다롄, 3/13-14), 안산(안샨, 3/16), 신경(창춘, 3/17), 하얼빈(3/18) 등에서 공연을 가졌다.

 

 

열흘 동안 6개 도시를 방문하기 위해 3,300Km를 여행하면서 8회의 공연을 하고 경성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추가적인 공연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최승희는 318일 하얼빈에서 공연을 마친 후 320일 경성에 돌아온 뒤에도, 추가적인 요청에 응했다. 흥남(3/24), 원산(3/26), 경성(3/29), 사리원(4/3), 연안(4/4), 개성(4/5), 수원(4/6)에서 가진 공연이 그것이었다.

 

이 공연들은 기록으로 확인된 것만 헤아린 것이다. 48개의 공연 중에서 이번에 새로 발굴된 것이 43개였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공연이 얼마나 더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된 공연만 해도 최승희는 120일부터 46일까지 77일 동안 일본과 조선과 만주의 26개 도시에서 모두 48회의 공연을 진행했다.

 

 

이 공연들은 예외 없이 철도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평양(3/6)과 신의주(3/7), 사리원(4/3)과 개성(4/5)의 공연은 경의선으로 이동이 가능했던 공연이었고, 진남포(3/5) 공연도 경의선의 지선인 평남선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한편 원산(3/26)과 흥남(3/24)은 경원선과 함경선이 닿는 곳이었는데, 원산선은 1913년에, 함경선은 1919년에 개통되었으므로, 최승희가 도구고별 순회여행을 하던 1937년에는 모두 개통되어 있는 철도였다.

 

봉천(선양, 3/9-10)과 대련(다롄, 3/13-14), 안산(안샨, 3/16), 신경(창춘, 3/17)은 모두 남만주철도의 연변도시들이다. 무순(푸순, 3/11)은 봉천의 동쪽 60킬로미터 지점이다. 다시 말해 최승희의 만주 순회공연은 남만주철도를 따라 이뤄졌던 것이다.

 

최승희의 1937년 일본-조선-만주 고별공연은 방대하고 빡센 일정의 순회공연이었다. 그와 동시에 조선과 남만주의 철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공연여행이기도 했다. (jc, 202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