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이 할 일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이루고 싶은 목표를 추진할 정부를 선출하는 것과 한국 정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국 정부의 시민운동과 연대하는 것입니다.
자국 정부조차 제대로 선출하지 못하는 한국 시민운동이 외국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습니다. 외국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그 정부를 선출하는 그 나라의 시민들입니다. 따라서 한국 시민운동은 외국 시민운동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강화해야 하는 것이지요.
짧은 기간이나마 <무용신>은 일본 시민단체와 협력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모든 일본 시민이 일본 정부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런 일본 시민들의 수가 적고, 일본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할 뿐입니다.
일본 자민당 정부의 극우 정책을 지지하는 극우 시민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혐한 서적을 내고 반한 감정을 토로하고 재일조선학교를 탄압하는 단체로는 재특회가 대표적인데, 2014년 현재 일본 전역에 33개 지부의 1만5천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정도입니다.
일제의 한반도 강점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재일조선학교에 공감하는 일본인들의 수는 재특회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다만 이들은 전국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고, 일본 시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정치적 무관심층을 각성시킬 역량이 모자랄 뿐입니다.
<무용신>은 재일조선학교 무용부를 지원합니다만, 많은 일본시민들이 재일조선학교의 각종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오사카조고의 럭비경기나 고베조고의 취주악 연주에는 상당히 많은 일본인 관객들이 참가합니다. 일본 시민들의 연대감의 표시인 것이지요.
특히 아베 정부가 재일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했을 때에는 일본인 시민단체들이 가장 먼저 반발하고 나섰고, 다카라즈카의 시민단체들은 지금도 10여년째 재일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에 포함시키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효고 현의원과 다카라즈카 시의원 등의 정치인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선학교의 고교무상화 포함을 위해 한국 시민들이 주한 일본대사관이나 일본 문부성 정문에 가서 시위하는 것은,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실효성은 전혀 없는 일입니다. 그 자리에서는 한국인들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시위를 해야합니다. 그래야 일본 정부는 관심을 가지고 신경쓰기 시작할 것이니까요.
그밖에도 적지 않은 일본인 학자들과 학술단체들이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일본정부에 반대하는 논문을 내고,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인들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들 중의 일부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서, 한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초청되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와 시민단체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한국의 학자들을 매수하고 있습니다. 문부성 장학금이나 일본재단(Nippon Foundation)의 기부금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이 일본재단은 일본정부가 운영하는 일본재단(Japan Foundation)과는 다른 민간단체입니다.
고려대는 1987년 일본재단의 기부금으로 사사카와 영리더 장학금을 신설한 바 있고, 연세대는 1995년 일본재단으로부터 1백억원의 기부금을 받고, 그 사실을 10년 동안 숨겨왔습니다. 이렇게 일본 돈으로 양성된 학자들은 대개 토왜정부를 위해 일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한국 시민단체는 일본시민운동이나 학술단체와 제대로 연대하지 못합니다. 양심과 인류애에 따라 자발적으로 친한파가 된 일본인들과 협력은커녕 교류조차 못하는 것이지요.
<무용신>은 재일조선학교 무용부를 후원하면서도 일본인 시민단체 <팀아이>와의 협력을 통해 활동해 왔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시민단체의 할 일이고, 목표로 하는 재일조선학교 후원에도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jc,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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