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선생의 강연은 지정학의 역사를 소개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지만, 오늘날의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상황을 지정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적인 교훈을 줍니다.
한반도와 우크라이나는 둘 다 스피크만의 림랜드(Rimland)에 위치합니다. 하트랜드(Heartland)를 포위하고 있는 지점들이지요. 서유럽을 빼면 우크라이나는 림랜드의 서쪽 끝이고, 한반도는 동쪽 끝입니다. 매킨더식으로 말하면 씨파워와 랜드파워가 충돌하는 지점이어서 분쟁의 소지가 상존하는 지역이지요.
우크라이나라는 국호 자체가 ‘경계/변방의 땅’이라는 뜻입니다. 고대슬라브어에서 “우(Оу)”는 전치사, “나(на)”는 접미사이고, “크라이(краи)”는 “땅 또는 변경/경계”라는 뜻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험난했습니다. 3세기부터 튀르크 침공으로 약 9백년간 그 지배를 받았고, 12세기부터는 러시아계 튜리크 왕조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1649년 카자크 수장국(Гетьманщина)이 건국되어 약 1백여년간 독립을 유지했으나 1764년 폴란드와 러시아에 의해 분할되었고, 1793년 폴란드 2차분할로 러시아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분할 합병됐습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독립됐으나 1922년 서부는 폴란드에, 동부는 소련에 합병됐습니다. 1939년 유럽 대전 발발과 함께 소련이 폴란드를 침공, 우크라이나의 서부마저 소련 영토로 다시 귀속됐습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했으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2022년 전면 침공으로 지금 전쟁 중입니다. 약 2천년의 역사에서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유지한 것은 1백30여년입니다. “경계의 땅”이라는 이름조차 무색할 정도지요.
우크라이나가 주변국으로부터 부단히 침공 당했던 것은 풍부한 자원 때문일 겁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는 60만Km2로 폴란드(31만Km2)와 독일(36만Km2)은 물론 프랑스(55만Km2)보다 큰데, 그 70퍼센트가 경작지여서 유럽의 곡창입니다.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와 수력발전 등의 에너지가 충분하고, 광물자원도 풍부합니다. 주변국들의 침공 충동을 자극할 조건을 두루 갖춘 것이지요. 미인박명이라는 말을 국가에 적용한다면 우크라이나가 그 일순위일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지배를 혐오했던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한 후,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나토 가입을 시도했습니다. 이에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 전면전으로 대응했습니다. 영미와 서유럽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에는 부담을 가지면서도, 러시아 견제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정학적으로 본다면, 러시아와 서유럽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에서 벗어나 나토에 접근하면서 일어난 국지전인데, 김동기 선생의 평가에 따르면,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점입니다.
2014년경 우크라이나 인구는 5천만명이었으나, 전쟁 10년만에 인구가 3천만명 이하로 감소했다는 지적입니다. 전쟁과 기근과 피난민 때문입니다. 전쟁이 더 장기화되면 우크라이나는 인구의 절반 이상을 잃고, 전쟁 이전으로 회복되기 어려울 지경에 도달할 것으로 평가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까닭은 러시아가 이 지역에 영미와 서유럽 세력이 진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1962년 미국이 쿠바에 소련의 핵미사일을 허용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턱 밑에 적의 칼을 들이는 셈이기 때문이지요.
지정학의 시각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서방세력이 충돌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양 세력의 이해가 침해될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속될 전망입니다. 특히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가 영미와 서유럽국가들의 이해보다 상대적으로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러시아가 양보하거나 물러설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미의 이해는 러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하기 때문에, 결국 서방이 물러나는 방식으로 전쟁이 종식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방의 지원이 끊기면 우크라이나는 패전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국가 자체가 몰락할 전망인 것이지요. (jc,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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