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으로는 한반도도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처지입니다. 씨파워와 랜드파워가 부딪히는 림랜드에 위치했기 때문입니다. 10년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에 다시 터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제외하면 국지적인 긴장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한국전쟁이 70년째 정전 중이라는 점이 그 증거입니다. 언제 전쟁이 재개되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게임주체들한테는 그것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 게임의 주체는 중국과 러시아와 미국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러중미 사이에서 한국의 중간자 역할을 강조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중간자 역할을 포기하고 급속히 미국으로 기우는 바람에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되고, 북중과 북러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지정학 게임 주체의 어느 쪽에도 너무 가까워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게임 주체의 지정학적 이해를 침해할 경우 바로 전쟁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를 끌어들여 러시아를 견제하려 한 것은 나름 묘안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정학적 이해가 전혀 없는 정책입니다. 러시아의 이해를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니까요. 러시아는 이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가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1950년의 한국 전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 전체를 상대편에게 내어줄 수 없습니다. 전쟁 동안에 북한과 남한은 무력으로라도 통일해야겠다며 죽자 사자 싸웠지만, 미소는 어느 쪽으로 통일이 되어도 자기 이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통일하면 일본이 바로 위협을 받고,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미국은 유엔까지 동원하며 대항했습니다. 남한이 통일하면 중러는 턱밑에 미국의 미사일을 들여야 하므로 병력과 무기를 총동원해서 북한을 지원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남북 어느 쪽도 통일하지 못한 채 한반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인구의 10%에 달하는 3백만명의 인명피해를 초래했습니다. 이승만과 김일성에게 지정학적 이해가 있었다면 이런 멍청한 결과는 피했겠지만, 오늘날의 젤렌스키와 별반 다름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가 젤렌스키와 똑같은 짓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놓고 젤렌스키에게 무기까지 공급합니다. 자국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이해를 침해하게 되지요. 아니나다를까 북중, 북러의 연대가 강화되고, 중·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승만이나 윤석열은 미국의 보호를 기대하겠지만, 장기를 두는 사람은 장기판의 졸(卒)을 목숨 걸고 지키지 않습니다. 게임 주체는 자신의 지정학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지정학적 손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뿐입니다.
전쟁이 나면 손해를 보는 것은 현지 당사국입니다. 사실 지정학 게임의 주체는 전쟁을 좋아합니다. 무기를 팔아 경제적 이익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크라이나처럼 림랜드에 위치한 한반도는 절대적으로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지상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반도는, 남과 북을 불문하고, 중간자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북한도 지나치게 중러에 가까워지면 안 되지만, 남한도 지나치게 미국에 가까워지면 안 됩니다.
그동안 북한은 핵개발로 중국과 갈등의 소지를 남기고, 러시아와도 거리를 두는 독자 외교노선을 걸어왔습니다. 남한도 중러와의 통상을 고려해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일거에 중간자 역할을 포기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이렇게 무지한 정부는 이승만 이래 처음입니다. 윤석열도 이승만처럼 쫓겨나서 미국으로 망명할지 모르겠네요.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하면서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에 김동기 선생의 저서 <지정학의 힘(2020)>을 추천했다고 들었습니다. 중간자 역할을 포기하지 말도록 당부한 것이지요. 그러나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jc,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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