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순회공연] 1. 중남미 첫 공연: 푸에르토리코 대학 공연

평전들은 최승희의 중남미 공연이 1940년 5월27일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시작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정병호(1995:174쪽)는 리우데자네이로의 뮈니시팔 극장 공연이 남미 공연의 첫 공연이었다고 서술했고, 다카시마 유사부로(1981[1959]:89쪽)와 김찬정(2002: 232쪽)과 강준식(2012:249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승희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공연 한 달 전에 푸에르토리코 공연을 단행한 바 있다. 1940년 4월22일, 푸에르토리코 국립대학교의 대학극장(Teatro Universitario)에서였다.

 

최승희의 푸에르토리코 공연은 여러 신문이 보도했다. 우선 1940년 3월13일자 푸에르토리코 대학교의 대학신문 <라 토레(La Torre, 1면)>는 푸에르토리코 대학교의 돈 호세 게이츠(Don José Gueits) 총장이 프로뮤지컬 예술협회(la Asociación Pro Arte Musical)와 협력해 최승희 공연을 유치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일본인 이민신문 <니치베이신문(日米新聞, 영문명 The Japanese American News)>의 1940년 3월21일자 기사도 “4월7일 일요일에 커렌극장(Curran Theatre)에서 공연을 가진 후”에 “뉴욕으로 돌아가, 남미국가 순회공연의 첫 번째 공연을 위해 포르토 리코(Porto Rico)로 출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또 다른 일본인 이민신문 <신세카이아사히신문(新世界朝日新聞, 영문명 The New World-Sun Daily)>도 1940년 4월10일자 7면의 영문 기사를 통해 “최승희는 월요일(4월8일) 저녁 기차 편으로 시카고를 경유해 뉴욕으로 돌아가며, 이후 남미 순회경연을 떠나게 된다”고 전하고, “그녀는 뉴욕에서 기선으로 푸에르토리코(Porto Rico)로 항해, 그곳에서 콘서트를 연 후에, 브라질을 비롯한 다른 라틴아메리카 각국을 방문하고, 멕시코를 경유해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게 된다”고 최승희의 남미 순회공연 일정을 개괄적으로 소개했다.

 

 

<라 토레>는 최승희의 푸에르토리코 공연 직전인 1940년 4월17일자 기사에서 동양 무용가 최승희가 “강당 신축 기념의 밤(noche en el Nuevo Auditorium)에 다양한 아시아 무용을 선사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즉, 4월22일의 최승희 조선무용 공연은 푸에르토리코 대학의 극장이 신축되어 이를 기념하는 개관 공연이었던 것이다.

 

최승희의 공연이 끝난 후에도 <라 토레>지는 4월24일자 신문에 장문의 평론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최승희의 무용 자태를 “말하는 손”이라든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환상의 나라로 이끌어가는 몸짓,” “깎아 빚은 듯한 한국적 아름다움”라는 수식어로 절찬했고, “타악기 반주와 세미한 음악 반주”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의상”과 “변덕스러울만큼 화려한 조명”도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같이 여러 매체가 푸에르토리코 대학 공연에 대해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기사를 보도했던 것으로 보아, 이 공연은 마지막 순간에 결정된 깜짝 공연이나, 소수의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이뤄진 사적 공연이 아니라, 오래 준비되고 잘 실행된 본격적인 공연이었던 것이다.

 

푸에르토리코 공연의 날짜가 다른 어떤 중남미 국가 공연보다 앞서기 때문에, 이 공연을 최승희의 중남미 순회의 첫 공연으로 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푸에르토리코는 중남미 국가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푸에르토리코는 남미나 중미 국가가 아니라 카리브해 도서국가의 하나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으로서 1917년 이래 미국의 주권 아래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최승희의 푸에르토리코 공연은 미국 순회공연의 일부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푸에르토리코 공연이 미국 공연이었는지 중남미 공연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공연 전후의 사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jc, 2023/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