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 선생의 ‘세계’ 순회공연은 3단계로 취재됐다. 첫째는 ‘유럽’ 취재로 2017년 5월부터 40일 동안 진행됐다. 후암문화재단의 고 차길진 회장의 재정 지원에 힘입어 유럽 7개국 15개 도시를 방문, 최승희 공연 자료를 수집했고, 그해 말까지 원고지 4천매의 취재기를 썼다.
두 번째는 ‘미국’ 취재였다. 최승희의 미국 공연 취재는 유럽 취재기 집필 중에 시작했다. 미국 공연은 유럽 공연 직전과 직후에 있었기 때문에 그 연관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공연 레퍼토리를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서는 1938년 초의 미국공연 레퍼토리와 1939년 말과 1940년 초의 미국순회 공연 레퍼토리도 조사해 비교할 필요가 있었다.
세 번째가 '중남미' 순회공연 조사인데, 이 지역의 최승희 공연은 거의 조사되지 않았다. 지리적으로 멀고 언어 장벽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발굴된 자료 자체가 드물었다. 평전과 연구서들의 중남미 공연 서술이 극히 적은 것도 자료부족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컨대 가장 권위 있는 정병호(1995: 174-179)의 최승희 평전도 7개월 동안 진행된 중남미 순회공연의 서술에 6쪽을 할애했을 뿐이다. 그의 평전이 403쪽에 달했던 것에 비교하면 턱없이 빈약하다. 강준식(2012: 248-255쪽)의 중남미 공연 서술도 424쪽 중에서 6쪽에 불과했다.
일본에서 출판된 평전도 사정은 같았다. 다카시마 유사부로(1959: 89-91쪽)의 중남미 순회공연 서술은 160쪽의 평전 중에서 3쪽이었고, 재일동포 김찬정(2002: 232-235)의 평전도 중남미 공연에 4쪽을 할애했을 뿐이었다.
남미공연의 현지 취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고, 선행연구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전모는커녕 윤곽조차 잡혀있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 취재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중남미에도 상당한 양의 최승희 조선무용 공연 자료가 발굴되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중남미 취재의 지리적 범위가 유럽에 비해 4-5배 이상 넓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더 많이 필요했다. 취재비용을 제공할 독지가를 기다리며 중남미 취재를 미루던 필자에게 중남미 공연 취재를 일단 시작할 수 있는 두 가지 자료가 나타났다.
첫째는 미주 학자들의 연구였다. 미국의 주디 반질(Judy van Zile)과 멕시코의 알프레도 로메로-카스티야(Alfredo Romero-Castilla)였다. 반질의 저서 <한국 무용에 대한 시각들(Perspectives on Korean Dance, 2001)>에는 최승희 선생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로메로-카스티야의 논문 <세계의 현대 무용: 최승희의 라틴 아메리카 순회공연(La danza moderna en el mundo: La gira Latinoamericana de Sai Shoki, 2017)>은 최승희 중남미 순회공연을 본격적으로 조사한 첫 번째 연구였다. 다만 로메로-카스티야도 그가 거주하고 활동하는 멕시코를 제외한 다른 중남미 국가를 직접 조사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둘째, 미국의 남캘리포니아대학(Southern California U.)과 스탠포드대학(Stanford U.)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재미주 일본인 이민신문 자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신문 아카이브는 태평양 전쟁 직전까지 일본 이민이 밀집해 있었던 미서부 해안 지역과 중남미 각국의 교민신문들이었다.
일본어와 함께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으로 발행된 이 신문들은 최승희의 북미와 중남미 순회공연을 꽤 자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이 아카이브에도 단점은 있었다. 일본 이민이 많았던 북미와 남미 지역에 대한 자료는 많았지만, 중미와 카리브해 지역 자료는 거의 없었다.
미주학자의 선행 연구와 재미주 일본이민 신문 자료를 바탕으로, 나는 우선 최승희의 중남미 순회공연 취재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평전들에 비해서는 훨씬 구체적인 서술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승희 중남미 순회공연의 전체 경로가 파악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승희의 조선무용을 관람한 중남미인들의 반응을 정리하려면 현지 자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취재기는 후일 직접 취재로 발굴될 자료로 보완될 예정이다. (jc,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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