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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1931벌교

[최승희1931벌교공연] 19. 철과 같은 사랑

<철과 같은 사랑(1931)>193191-3일의 경성 제4회공연에서 발표된 최승희의 2중무이다. 2부의 3연목으로 상연된 이 작품에서 최승희의 파트너는 수제자 김민자였다. 이 작품은 최승희의 대표적인 2중무였기 때문에 벌교공연에서도 상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과 같은 사랑>은 경성 제4회 공연에서 발표되었지만, 그것이 초연은 아니었다. 그보다 반년 전, 193127일 경성공회당에서 열렸던 제2회 경성공연에서도 이 작품이 상연되었는데, 이때는 제목이 <그들의 로맨스>였고, 최승희의 파트너는 이옥희(李玉熙)였다.

 

 

이 작품은 또 1934920일 일본청년관에서 열린 최승희의 도쿄 제1회공연에서도 상연되었는데, 이때의 제목은 <희망을 안고서>, 최승희의 파트너는 이시이 미에코(石井美笑子)였다.

 

, <그들의 로맨스(1931)><철과 같은 사랑(1931)><희망을 안고서(1933)>는 같은 작품인데, 이는 여성잡지 <신여성>19345월호에 실린 기사를 바탕으로 추론된 것이다.

 

 

<신여성><희망을 안고서>의 초연이 “193311, 도쿄에서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정확한 서술은 아니다. 이 작품은 그보다 한 달 전인 19331022일 히비야공회당에서 열린 <이시이무용단공연>에서 발표됐다. 이 공연에서는 이시이 바쿠의 <연미복을 입은 도쿄(燕尾服をつけた東京)>와 이시이 에이코의 <스페인 야곡>, 그리고 최승희의 <희망을 안고서>가 초연됐다. 이에 대해 최승희는 <나의 자서전(1936:126)>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한 바 있다.

 

이 사이에 최초로 발표한 것이 사라사테의 안달루시안 로맨스를 반주로 만들어진 듀엣 희망을 안고서이고, ... 이시이 선생님의 신작 발표회에서 처음 발표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신여성><희망을 안고서>가 원래 “1931년의 작품이라고 서술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1931년 경성시절에 발표된 최승희의 작품목록을 조사했지만, <희망을 안고서>는 없었다. 다른 제목으로 발표되었다는 뜻이다. 1931년에 발표된 최승희의 2인무를 모두 조사했더니, 1931년에 열렸던 3개 주요공연에서 상연된 2인무는 8개였다.

 

 

1931110-12일 단성사 공연에서 발표된 <정토의 무희(이옥희, 장계성)><그들의 로맨스(최승희, 이옥희)><남양의 정경(최승희, 김은파)>, 51-3일의 단성사 공연에서 발표된 <남양의 밤(최승희, 장계성)>과 어린이 무용 <앞으로 앞으로(이정자, 조영숙)>, 그리고 91-3일의 단성사 공연에서 발표된 <토인의 애사(김민자, 조영숙)><철과 같은 사랑(최승희, 김민자)><이국의 밤(이정자, 노재신)>이었다.

 

이중 최승희가 출연한 2중무는 <그들의 로맨스><남양의 정경>, <남양의 밤><철과 같은 사랑>이었는데, <남양의 밤(5)><남양의 정경(1)>의 개작이고, <철과 같은 사랑(9)><그들의 로맨스(1)>의 개작이었던 것이다.

 

 

193118일자 <동아일보(5)>에 실린 <그들의 로맨스>의 사진은 최승희와 이옥희가 가난한 연인의 사랑을 춤추는 모습을 담았고, 사진 설명은 그들의 로맨스는 슬프고 장하다. 비록 역경에서 로맨스를 짓는 자이나마 힘차게 굳세게 나아가자라고 서술했다.

, <그들의 로맨스(19311)>는 역경에서나마 희망을 가지고 꿋꿋하게 사랑을 이어간다는 내용인데, <철과 같은 사랑(19319)>으로 개작 및 개명된 것으로 보이며, 마침내 일본 공연에서는 <희망을 안고서(1934)>으로 다시 한 번 개작되었던 것이다.

 

 

<희망을 안고서>의 반주음악은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 1844-1908)<안달루시아의 로맨스(The Andalusian Romance)>이다. 1878년 사라사테가 스칸디나비아 순회공연을 하던 중에 작곡되고, 1879년에 출판된 이 작품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민요 3개의 주제를 배열한 것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며,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다.

 

<안달루시아의 로맨스>는 연주시간이 5분이 넘기 때문에 <그들의 로맨스>=<철과 같은 사랑>=<희망을 안고서>는 상당히 긴 작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jc, 2025/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