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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1935다카라즈카

[다카라즈카1935공연] 11. 소녀가극단의 레뷰

일본에서 서양식 신무용은 세 가지 흐름으로 시작됐다. 예술무용으로서의 (1) 무용시 운동과 오락무용으로서의 (2) 사교댄스와 (3) 레뷰가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191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다. 이시이 바쿠의 무용시 운동은 1916년의 소극장 공연으로 시작됐고, 사교댄스의 대중화는 1917년 요코하마의 카게츠엔(花月園)이 개업과 함께 시작됐다. 서양식 무용쇼인 레뷰는 1913년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의 결성으로 시작되었다.

 

 

일본의 서양식 신무용의 세 갈래 중에서, 사교댄스와 레뷰는 1920년대를 통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발전했다. 사교댄스가 1927년의 아마가사키 댄스홀을 중심으로 크게 성행했던 점은 이미 살펴보았다.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의 레뷰도 1924년의 대극장 건설, 그리고 1927년의 <몽파리(モン・パリ)>의 공연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레뷰란 대중오락연예, 즉 화려한 장치와 의상과 조명 등의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한, 음악과 무용과 촌극과 곡예 등이 어우러진 종합적 공연을 가리킨다. 프랑스어 러뷔(revue; 영어 review)현안이나 시사를 풍자한 쇼라는 뜻으로,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익살극이나 시사촌극을 가리키던 말이다. 흔히 유럽 중세의 방랑 음유시인들의 연희를 극장에 옮겨놓은 것으로 이해되었다.

 

프랑스의 레뷰는 유럽 각국과 미국으로 전파되었는데, 특히 1900년의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레뷰는 국제적인 색조를 띠게 되었고, 파리 몽마르트의 캬바레 공연,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라스베가스 버라이어티 쇼 등으로 발전되었다.

 

 

유럽과 미국의 레뷰를 일본에 처음 도입한 것은 한큐(阪急)전철의 코바야시 이치조(小林一三, 1873-1957)였다. 그는 1910년 오사카 우메다에서 다카라즈카에 이르는 전기철도를 가설한 후, 종점인 다카라즈카에 온천장(다카라즈카신온천, 1911)과 유원지(파라다이스, 1912)를 조성하고 관광객에게 레뷰를 공연할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1913)을 창설했다.

 

소녀가극단은 빠르게 발전해 10년 후 전용 대극장(1924, 3,500)을 건설했고, 다시 10년 후에는 도쿄에도 다카라즈카극장(1934, 2,778)을 건축했다. 이때쯤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은 4개의 공연단(하나구미, 츠키구미, 유키구미, 호시구미)를 운용하기에 이르렀다.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은 1913년 창단과 1914년 첫 공연 이래, 여성 연기자들로 일본의 전통적 무대공연과 서양식 레뷰공연을 병행했으나, 1927년 하나구미가 대극장에서 <몽파리>를 상연한 이후 이른바 그랜드 레뷰(Grand Revue)의 시대를 열었다.

 

 

나의 파리라는 뜻의 <몽파리>는 막 구분이 없는 16장으로 구성된, 파리를 비롯한 유럽의 도시들을 소개한 러닝타임 90분의 초대형 호화쇼로, 등장 연인원이 250명에 달했다. 이후 소녀가극의 상징이 된 대형 계단이나 라인댄스 등이 등장한 최초의 작품이자, 다카라즈카가극의 스타일을 확립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몽파리>는 향후 하나구미뿐 아니라 츠키구미와 유키구미에 의해 재연되면서 2년간 롱런했다.

 

<몽파리>는 키시다 타츠야(岸田辰彌, 1892-1944)의 연출과 시라이 테츠조(白井鐵造, 1900-1983)의 안무로 제작됐다. 키시다 타츠야는 코바야시 이치조가 소녀가극단과 별도로 국민극을 위해 결성한 <남자양성회>2기생으로 입단, 회장의 지시로 1919년부터 1년간 유럽의 쇼비즈니스를 시찰한 후, 8년의 준비를 거쳐 <몽파리>를 무대에 올렸던 것이다.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의 성공으로 일본 전역에 유사 소녀가극단 40여개가 우후죽순으로 설립됐다. 후쿠오카의 하카타(博多)소녀가극단, 히로시마의 하다베츠소(羽田別荘)소녀가극단, 오사카의 쇼치쿠(松竹)악극부, 교토의 폰토초(先斗町)소녀레뷰단, 요코하마의 쓰루미가게츠엔(鶴見花月園)소녀가극단, 도쿄의 시로키야(白木屋)소녀음악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은 다카라즈카 소녀가극을 모방, 레뷰 스타일을 지향했으므로, 1920년대 후반과 1930년대 초반의 일본 무용계는 소녀가극이 주도한 레뷰의 시기였던 것이다. (jc, 202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