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이 바쿠는 자전적 에세이집 <나의 얼굴(1940)>에 수록한 “신진무용가들을 말한다(新進舞踊家を語る, 1934년10월)”라는 글에서 자신이 양성한 무용가 9명을 열거하고 짧은 평가를 서술한 바 있다. 먼저 여성 무용가 6명에 대한 이시이 바쿠의 평가를 보자.
이시이 코나미(石井小浪)는 이시이 바쿠의 처제로 1922년부터 이시이 바쿠와 함께 3년간 해외 순회공연에 동행하면서 무용 실력이 급성장한 무용가다. 1929년 최승희가 이시이 문하를 떠날 무렵 그녀도 무용단을 떠났다. 이시이 바쿠는 코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이시이 코나미(石井小浪) - 5년 전 헤어진 이래 만난 적이 없지만, 작년 가을 나가타(永田)씨의 추천으로 공연회를 보았다. 무용에 대한 그녀의 생각과 기교에 전혀 진보의 흔적이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 모든 예술과 마찬가지로 무용도 안주해서는 걸작이 나오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나 제자들을 위해서라도 분발할 마음이 없는가.”
가족이자 제자이자 동료였던 코나미에 대한 이시이 바쿠의 서술은 혹평에 가깝지만, 이시이 바쿠가 공과 사를 구분했던 사람임을 시사한다. 최승희의 도쿄 유학 초기에 이시이무용단원이었던 이시이 이쿠코(石井郁子)에 대해서도 이시이 바쿠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독립하여 연구소를 열고 있다. 뒤에 서술할 미도리(みどり)와 비슷한 타입이지만 안타깝게도 생활상의 안정을 얻는 데에 만족하고 있다.”
이어서 1934년 당시 이시이무용단에서 활동 중이었던 이시이 에이코(石井栄子)와 최승희 이시이 미도리(石井みどり), 그리고 이시이 미에코(石井美笑子)에 대한 평은 다음과 같았다.
“이시이 에이코(石井栄子) - 우리 무용단은 각 사람의 특징에 따라 방향을 제시하는데, 에이코는 무용 창작에 뛰어나다. 작년에 발표한 <대지로 나아가(大地にさゝぐ)>, <스페인 야곡(スペイン夜曲)>, <작렬하는 사색(炸裂する思索)> 등은 무용예술작품으로 첫 선을 보인 것이다.
“최승희(崔承喜) - 조선 출신의 여성무용가, 올가을 첫 작품발표회를 갖는다. 체구가 우수하다는 것과 드라마틱한 표현에 재능이 있으므로, 유리한 입장에 있는 무용가이다. 창작 방면에도 촉망되는 한 사람이다.
“이시이 미도리(石井みどり) - 무용가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있다면, 미도리는 확실히 그중 한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체구도, 음악적 이해도, 매우 뛰어나지만, 창작가보다는 춤추는 쪽으로 천분을 많이 인정받는다. <연미복을 입은 도쿄(燕尾服を着た東京)>, <그림자(影)>, 그리고 스스로 창작한 <남풍이 부는 곳(南風の吹くところ)> 등은 연기상으로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다. 여성적 정열이 부족한 점은 연령이 젊은 탓인가.
“이시이 미에코(石井美笑子) - 스스로 창작한 <헝가리 댄스(グンス・オングロアズ, Danse Hongroise)>는 대단한 갈채를 받았지만 작품보다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경쾌하고 도회적인 감각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 같다. 작품으로서는 <희망을 안고(希望を抱いて)>, <군타 네그라(グンツア・ネグラ)>등이 기교적으로 뛰어나다. 그러나 너무 신바람이 나면 안 된다.”
최승희에 대한 이시이 바쿠의 평은 “체격이 좋고, 극적 표현의 재능이 있으며, 창작 방면에도 촉망된다”는 극찬이었고, 다른 제자들과 달리 최승희는 단점을 지적받은 것이 없었다.
1930년대 초 신무용 붐이 일자 이시이 바쿠는 입문 순서에 따라 3명의 여성 제자들에게 데뷔공연을 마련해 주었다. 즉, 약 7-8년의 연습과 공연의 연한이 차면 데뷔를 허락한 것이다.
무용 대신 영화배우의 길을 선택한 이시이 미에코는 데뷔공연이 없었지만, 1925년 무용에 입문한 이시이 에이코의 데뷔공연은 1933년 9월24일이었고, 에이코보다 1년 뒤에 입문한 최승희의 데뷔공연은 1934년 9월20일이었다. 1928년에 입문한 이시이 미도리의 데뷔공연은 1935년 9월27일이었는데, 이 세 명의 데뷔 공연은 모두 일본청년관에서 이뤄졌다.
일본청년관에서의 데뷔공연이 이시이무용단의 통과의례였던 것이다. (jc, 202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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