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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 이야기

[마르세유1939공연] 8. 마르세유

193931일 밤9시 최승희의 조선공연이 마르세유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렸다. 이 극장의 정식이름은 뮈니시팔 오페라 드마르세유(Opera Municipal de Marseille), 즉 마르세유 시립 오페라였다.

 

 

마르세유는 파리에 이어 프랑스 제2의 도시이다. 2020년 현재 파리 메트로폴리탄 인구가 13백만명이었고, 마르세유 인구는 188만명, 3의 도시 리용의 인구가 142만명이다. 2017년 현재 서울 인구가 1천만명, 부산과 인천과 대구가 각각 350만명과 300만명, 250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수도권과 지방 주요도시의 인구 격차는 한국보다 프랑스가 더 크다.

 

마르세유의 상대적 인구는 최승희가 공연했던 1930년대 말에도 지금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1936년 현재 파리, 마르세유, 리용의 인구는 각각 580, 84만명, 74만명이었다. 1934년의 경성(=서울)의 인구가 약 39만명이었으므로, 마르세유 인구가 경성의 2배에 달했던 시절이다.

 

 

르아브르(le Havre)가 대서양에서 파리로 가는 대서양의 관문이었다면, 마르세유는 지중해의 관문이었다. 당시의 조선으로 치면 르아브르는 인천, 마르세유는 부산에 해당했다.

 

파리가 프랑스의 최대도시라면 마르세유는 프랑스 최고(最古)도시이다. 기원전 600년경 페니키아에서 지중해를 건너온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였기 때문이다. 당시 그리스인들이 부르던 이름은 마살리아(Μασσαλία)였고, 이후 로마시대에는 마실리아(Massilia)라고 불렸다.

 

 

오늘날의 마르세유라는 프랑스어 이름은 그리스어 마살리아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리스어 마사(μζα)덩어리라는 뜻이다. 덩어리란 마르세유 구항구에서 올려다 보이는 거대한 바위산을 가리켰던 것으로 추측된다.

 

프랑스인들은 이 바위산 꼭대기에 노틀담 들라 가르드(Notre-Dame de la Garde) 성당을 세워 마르세유의 상징으로 삼았다. 마르세유 시민들은 이 성당을 라본 메르(la Bonne Mère)라고 부르는데 선한 어머니'라는 뜻이다. 성당 종탑 꼭대기에 성모상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 도착하는 사람들이 자유의 여상을 보면서 입항했던 것처럼, 마르세유 입항자들은 배에서 이 성당과 성모를 가장 먼저 보게 된다. 하층은 로마네스크 양식, 상층은 네오비잔틴 양식으로 건축된 지금의 성당 건물은 1853년에 착공되어 40년 만에 완공되었으므로, 1939년에 마르세유를 방문한 최승희와 안막 부부도 당연히 이 언덕위의 성당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마르세유를 포함한 지중해 연안 동부 지역을 프로방스(Provence)라고 부르는데, 이는 로마제국 시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로마는 기원전 2세기에 이 지역에서 고트족, 프랑크족과 치른 4차례의 전쟁에 승리해 이탈리아 서쪽으로 영토를 확장, 이 지역을 로마의 지방(Provincia Romana)’이라고 불렀고, 이를 줄여서 프로빈시아라고 불렀던 것이 그 유래이다.

 

 

르아브르에서 센 강을 거슬러 루앵(Rouan)과 아르장퇴유(Argenteuil)를 지나 파리에 이르는 루트는 인상파 화가 끌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가 활동하던 지역이라면, 파리에서 리용을 거쳐 마르세유에 이르는 지역은 입체파 화가 폴 세잔느(Paul Cézanne, 1839-1906)가 활동하던 지역이다.

 

 

마르세유에서 서북쪽으로 50Km 떨어진 아를(Arles)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가 생애 마지막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세잔느는 마르세유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액상프로방스(Aix-en-Provence) 출신이다. 액상프로방스 소재 부르봉 왕립대학(Collège Royal de Bourbon) 시절에 만난 에밀 졸라(Émile Zola, 1840-1902)와 바프티스탱 바예(Baptistin Baille, 1841-1918)불가분의 3(Les trois inséparables)'이라 불릴 만큼 가까운 친분을 유지했다.

 

 

프로방스는 코트 다주르(Côte d'Azur=프렌치 리비에라)라고 불리는 지중해 연안 지역도 포함하는데, 앙티베(Antibes), (Canne)과 니스(Nice), 모나코(Monaco), 망통(Menton) 등이 여기에 속한다. 최승희는 칸에서도 공연했고, 이후 밀라노 공연을 위해 이탈리아 국경선을 넘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jc, 2023/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