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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신년사2022]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과 “관용”

제 인생을 빚진 여섯 분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베이컨은 네 자신을 아는 것이 힘이라고 깨우쳐주셨고, 예수와 마르크스는 종교적 신앙과 학문적 신념을 주신 분들이죠. 나의 어머님 박정자 권사와 나의 대통령 노무현 선생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하신 분들이라면 과장일까요? 다른 분들 이야기는 또 할 기회가 있겠으니, 여기서는 노무현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는 노무현이 인식의 천재이자 행동의 달인, 그리고 소통의 귀재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저는 한국에 있지 못했지만, 인터넷으로 그의 연설을 읽거나 들을 때마다 감동했습니다. 2007616일 노사모 8차 총회 축하메시지는 지금도 찾아서 자주 봅니다.

 

 

이 연설에서 노무현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단언하고, "그것이 우리의 미래"라고 강조했습니다.

 

링컨이나 처칠, 막사이사이나 케네디, 케말 파사와 심지어 김대중 선생의 어떤 연설보다 이 말이 제게는 분명하고 폭발력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뜻을 새길 때마다 소름이 돋습니다. 열린사회와 민주주의의 적들이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 할 내용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 공부도 했고 일도 했습니다. 한국 민주화의 도정에 감사하고 있고, 저도 그 일부였던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고, ‘선진국 수준을 넘어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노무현은 "시민""깰 것""조직될 것"을 제안했습니다. 우선, 정치가가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시민들은 대단히 정치적이므로 이 첫 번째 전제조건은 이미 충족되었다고 봅니다. 이승만이나 박정희나 전두환 치하의 몽매한 시민들이 더 이상 아니잖습니까? 태극기 부대라 할지라도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행동에 옮긴다는 면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좋은 토양은 갖춰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민은 "깨어야" 합니다. 깬다는 것은 자기 이해를 알고, “역사적 대의를 인식하고, 그 둘을 일치시킬 수 있다는 말로 저는 이해합니다. 대의와 이해를 모르거나 그 둘을 일치시키지 못하면 깬 것이 아닙니다. 또 깨었다가도 다시 잠기는 수가 많으므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노무현은 깨어있..” 시민이라고 했더군요. 한 번 깨었다고 방심하지 말고, 시시각각 깨어 있으라는 말입니다. 소중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깨어있는 시민이라도 조직되지 못하면 개인의 힘에 머뭅니다. 자족할 수는 있겠으나 사회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모여서 이야기하고 일을 나누어 협력해야 합니다. 예수도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하셨고, 마르크스도 해석 좀 그만하고 실천을 해라고 했잖습니까?

 

실천하려면 대화와 타협, 관용과 통합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런 것이 방법론이라고 생각했는데, 노무현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고 했더군요. 선택 가능한 여러 행동 방식 중의 하나가 아니라 반드시 실천할 가치이자 원칙이라는 겁니다. 제게는 새로운 깨달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올해도 해외동포운동의 일환으로 무용신 캠페인을 계속합니다. 재일조선학교와 연해주민족학교를 지원하려고 합니다. <무용신> 회원이 1백명을 넘어 섰지만 더 많은 힘이 필요합니다. 규모만 커지는 게 아니라, 성찰하고 대화하고 관용으로 통합되는 모임이 되기를 바랍니다.

 

 

모임 안에서는 특히 관용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너나없이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다름을 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함께 일할 수 있고, 결과를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대선 이후 지난 반년을 되돌아보니, 새해를 맞으면서도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더 많은 번민이 예상되고 숱한 인내가 필요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올해도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jc, 2022/1/9)

 

8회 노사모 총회 축하메시지: http://archives.knowhow.or.kr/record/all/view/2052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