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새로운 지정학적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김동기 선생의 강연의 결론이 그렇습니다. 지정학적 게임 속의 상호작용이 심각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한국의 중간자 역할을 포기하면서 북한은 북중러 삼국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중국 불신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고, 그래서 중국보다는 러시아와의 연대에 무게를 두는 모양입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견제하려는 욕심에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구하지만, 심각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그런 시도가 어디까지 성공할지 미지수입니다. 일본은 이틈을 타서 평화헌법을 개정해 해외파병을 가능하게 했고,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지정학적 상상력을 발휘해야할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멍청하게도, 지정학적 게임에서는 유일하게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구식 패러다임으로 회귀합니다. 한국의 앞날이 불투명합니다. 이승만의 멍청한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확한 지정학적 상상력이 요구됩니다. 이 상상력이 정확하려면 지정학의 두 가지 법칙을 명심해야 합니다. (1) 오로지 힘이 최고이며, (2) 강대국의 지정학적 이익을 침해하면 전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정부관계자도 아니고, 특히 외교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지정학적 상상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기획할 능력도 의도도 없습니다. 다만 지정학적 상상력의 기본 원리 두 가지를 바탕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할 뿐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김동기 선생께 추가적으로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제게는 환동해경제권의 가능성이 가장 솔깃했습니다. 동해 주변의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 긴밀한 경제블럭을 만들어 통상과 교역을 확대한다는 방안입니다.
환동해경제권은 남북과 중러일이라는 한반도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것이 경제행위이므로 미국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실행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3일동안 저는 환동해경제권 방안의 일환으로 <환동해 와인축제>를 기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와인이란 포도주만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정의상 곡물이나 과일로 제조한 술을 모두 와인(wine)입니다. 포도주도 와인이긴 하지만, 한국의 막걸리도 ‘쌀 와인(rice wine)’입니다.
일본의 서해안은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지만, 우수한 양조장이 많습니다. 중국에서도 연변의 된장술이 떠오르는 별입니다. 북한과 연해주의 양조 사정은 잘 모르지만, 한국은 최근 탁주는 물론 맑은술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특징 있고 우수한 와인들을 한데 모아 박람회를 여는 것입니다. 각국의 와인 산업과 통상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면, 각국의 참가의사는 높아질 것입니다.
저는 이 아이디어를 주변의 몇 전문가들에게 문의했습니다.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특히 <희망래일/대륙학교>의 황광석 선생님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셨고, 이를 연변과 강원도, 연해주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동북아평화연대>와 협의하면 좋을 것이라는 조언도 주셨습니다.
저는 바로 <동평>의 김현동 대표에게 이 아이디어를 전달했습니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었고, 다음 주에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임도 가지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축제지는 된장술의 발상지인 연변이 좋겠고, 블라디보스톡도 좋겠다는 의견도 교환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매년 남북의 동해안과 일본의 서해안 도시들을 개최지로 선정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환동해 와인축제>는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수익의 일부를 재일조선학교와 재러민족학교의 후원에 사용할 수 있다면, <무용신>은 <환동해 와인축제>에 매우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할 준비를 갖출 것입니다. (jc,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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