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학교>의 국내연수 일정에 따른 정지아 선생의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이글을 씁니다. <빨치산의 딸>과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작가 정지아 선생이 무슨 말씀을 하실지는 모르지만, 그의 두 저서의 키워드가 ‘빨치산’인 만큼, 그 말이 제게 떠오르게 하는 장면은 따로 있습니다.
빨치산에 대한 제 기억은 빨치산 토벌대장으로서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 선생의 최후를 목격했던 대한민국의 경찰 차일혁 (당시) 총경(사후에 경무관 추서)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최승희 선생의 유럽 순회공연 조사연구를 시작할 때, 재정지원을 하셨던 분이 후암재단의 차길진 회장인데, 차길진 회장은 차일혁 총경의 아드님이시지요.
제가 차길진 회장을 처음 만났던 것은 제 뉴욕 유학시절이이니까, 우리의 인연은 30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차길진 회장은 뉴저지 팰리세이드파크에 후암정사를 마련하고 교포들의 고달픈 영혼을 달래시던 조계종의 법사님이셨습니다. 뉴욕주립대학 대학원과정을 시작하기 직전에 저는 차길진 법사를 만나 뵙고 교분을 시작했습니다.
20여년이 지난 후 제가 귀국했을 때 차법사님은 후암재단을 이끌고 계셨고, 최승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그리고 제게 유럽조사를 의뢰하셨습니다. 저는 기꺼이 응했고, 그렇게 저는 최승희 연구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파리로 출발하기 전에 차길진 회장님은 제게 아주 이상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법력이 높으셨기 때문인지, 제 관상을 보시더니 “조선생은 마키무라 고의 후생이로구먼요.” 헐, 당시 저는 마키무라 고가 누구인지도 몰랐습니다.
차길진 회장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저는 최승희 선생의 일본공연 조사를 계속했고, 시코쿠에 조사를 갈 때마다 고치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이 마키무라 고의 고향이었기 때문입니다.
마키무라 고는 1912년에 태어난 천재였습니다. 그의 암기력과 언어적 재능은 탁월했고, 시적 감수성도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고치는 일본 사회주의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마키무라 고는 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들었고, 그의 시적 재능은 일본 사회주의 운동의 팜플렛과 선언문에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1931년 7월 프롤레타리아작가동맹에 가입했고, 1932년 2월에 <대중의 벗> 창간호에 “살아있는 총칼,” 그해 4월의 <프롤레타리아문학> 임시증간호에 “간도 빨치산의 노래”를 발표했습니다. 이 시는 일제당국에 의해 “일자일구”까지 전면 금지되었고, 출판금지령이 내려졌고, 마키무라 고는 4월21일 투옥됐습니다.
3년의 형기를 마친 후에도 사회주의 시작을 멈추지 않았고, 1936년 12월5일 다른 사건에 연루되어 재수감되었다가, 이듬해 1월16일 병보석으로 출감,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1938년 9월3일, 26세의 나이로 요절했습니다.
그는 국제주의에 헌신했던 만큼 독일과 중국과 타타르와 파리 코뮌의 동지들을 위한 장편 서사시를 썼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간도 빨치산의 노래”입니다. 그는 독일과 파리와 타타르와 중국에 가본 적이 없는 것처럼, 조선에도 와본 적이 없고, 간도를 방문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조선의 어떤 시인 못지 않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마키무라 고의 “간도 빨치산의 노래”는 별도의 pdf 파일에 전문과 번역문을 수록했습니다. 일본어로 저술된 이 작품은 연변대학교 일본문학과의 김정웅 교수에 의해 번역되었습니다.
저는 천재는커녕, 언어능력이 마키무라 고의 반의반에도 미치지 못했는데도, 마키무라 고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차길진 회장의 말씀마따나 마키무라 고가 제 전생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은 아닙니다. 그의 작품 “간도 빨치산의 노래” 때문입니다.
간도는커녕 함경도에도 발을 들여놓아본 적이 없는 마키무라 고가 어떻게 그런 감동적인 장편 서사시를 쓸 수 있었는지도 알아보고 싶습니다. (jc,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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