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 이긴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김진향 선생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요즘 그런 사람 별로 없거든요. 윤민석의 세월호 희생자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떠올리게 하는 신념입니다.
나는 그런 신념이 실현되는 방식도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6하 원칙에 따라 사실을 또박또박 서술하는 것이 참을 만들어 간다고 믿습니다.
김진향 선생이 지적한 3단계의 분단 과정에서, 저는 분단의 기원에 해당하는 1단계에 집중했습니다. 일본의 책임이 미국의 책임에 못지않다는 점을 이해한 것은 6하원칙 덕분입니다. 그런 점에서 6하 원칙은 거짓의 적입니다.
물론 자료의 문제도 있습니다. 1980년 브루스 커밍스가 한반도 분단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밝힌 것은 30년이 지나 해제된 미국방부와 국무부의 비밀문서 덕분입니다. 2004년 코시로 유키코가 일본의 분단 책임을 밝힌 것도 50년 만에 해제된 기밀문서들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기밀문서들이 해제되면서 6하원칙의 서술은 구체적이고 정확해지고, 참이 드러납니다. 새로운 자료와 6하 원칙은 일본 극우와 한국 토왜의 역사왜곡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학생들에게 ‘크크오크씨씨피(QQOQCCP)’라는 7하 원칙을 가르칩니다. 6하에 더해서 얼마나(Combien, 꽁비앙)를 묻도록 가르치는 것이지요. 20세기 이래 철학과 문학 부문에서 프랑스인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도 어쩌면 어려서부터 훈련받는 ‘크크오크씨씨피’ 덕분일지 모릅니다.
육하의 질문들이 ‘이것 아니면 저것’ 식의 디지털식 대답을 요구한다면, ‘얼마나’는 아날로그식의 대답을 요구합니다. 육하가 정답을 찾는 수학식이라면, ‘얼마나’의 답은 통계학식입니다. 자신의 답이 ‘얼마나’ 옳은지, 오차와 그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도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식 7하 원칙은 우리에게 한반도 분단의 기원에 대한 질문을 몇 가지 더 던지게 합니다. 3단계의 분단 과정에서 각 단계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첫 군사분계선 확정에서 일본의 책임은 ‘어느 정도’이고 미국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얼마나’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은 특히 토왜와 토왜 사학에 치명적입니다. 토왜는 원래 존재 자체가 거짓입니다. 한국인이면서 일본을 위해 일하거나, 일본인이면서 한국인인척 해야 하니까요. 토왜는 절대 ‘내가 토왜’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토왜의 역사 서술도 거짓입니다. 토왜는 (1) 사실(truth), (2) 사실 전체(whole truth), (3) 불순물이 끼지 않은 사실만(nothing but the truth)을 서술하지 않습니다. 일제에 유리한 것은 부풀리고 조선에 유리한 것은 무시하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토왜 사학의 제1차 거짓입니다.
더 나아가 토왜 사학은 불완전하거나 불순물이 낀 주장을 ‘객관적 사실’이라고 우깁니다. 그리고 증명한답시고 기술(technicality)를 부립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소/과장/왜곡된 사실이 진실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2차 거짓입니다.
제1, 제2의 거짓이 먹히지 않으면 제3의 거짓을 동원합니다. 돈과 위세와 권력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토왜 사학이 힘을 합쳐 종군위안부, 강제동원, 동해와 독도 등의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나대고 있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 돈/위세/권력을 동원하는 것을 학문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앎이 힘이 되는 것이지, 힘이 앎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한반도 분단의 기원만 보아도 한국의 역사교과서에는 토왜식의 제1차, 제2차 거짓이 수두룩합니다. 김진향 선생의 말마따나, ‘참’이 거짓을 이기게 해야 합니다. 저는 7하 원칙의 활용이 그 방법론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일곱 번째 의문사 ‘얼마나’는 아주 유용합니다. 한국에 토왜가 ‘얼마나’ 있고, 사학자들 중에서 토왜 사학자가 ‘얼마나’ 있는지, 토왜 사학이 ‘얼마나’ 거짓이며, 그들의 영향이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끝, jc,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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