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학교> 강좌 수강의 목적은 지적 호기심 충족에 그치지 않습니다. 제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배운 것을 통해 <무용신> 활동 방향에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무용신>은 지금까지 재일동포, 재러동포의 민족학교를 후원해 왔고, 앞으로 규모와 역량이 성장한다면 재미동포와 재중동포와의 교류와 협력도 모색할 것입니다. 따라서 미중러일의 한반도 전략을 이해하는 것은 <무용신> 활동에 중요한 배경지식을 제공합니다.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주신 김진향 선생의 강연은 <무용신>에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그중 일부는 이미 글로 정리하기도 했으나, “그래서 그게 <무용신> 캠페인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진향 선생의 강연이 <무용신>에게 주는 함의는 4가지로 요약됩니다. (1) 정부와 시민사회를 구분하고, (2) 각국 정부의 성향을 알아야 하며, (3) 각국 시민운동의 지형도 파악해야 하고, 그래야 비로소 (4) 효과적인 시민사회의 교류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국가는 정부와 시민사회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저도 이를 자주 혼동하곤 합니다. 예컨대, 한반도 분단의 기원은 “일본이 유인하고, 미국이 주도하고, 소련이 호응했다”고 정리했었습니다. 이런 표현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과 미국 시민들은 한반도 분할과 아무 관계없습니다. 38선을 그은 것은 일본 정부와 미국 정부입니다. 정부가 한 일이지, 시민들이 한 일이 아닙니다. 만일 한반도 분할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면, 일본과 미국 시민들은 대부분 관심이 없으므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고, 투표했더라도 부결됐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미일의 시민들은 한반도 분단에 대해 관심도 책임도 없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시민들은 정부를 선출했으므로 최종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사후 책임이자, 바로잡을 책임입니다. 그나마 투표를 통해 정부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집니다. 우리는 이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각국 정부도 성향이 다릅니다. 비둘기파도 있지만 매파도 있습니다. 예컨대, 2차대전 중에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한반도 대신 일본이 분할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봅니다. 일본 영토를 제한한 카이로 회담과 조선의 독립을 언급한 얄타회담에 직접 참석했던 루즈벨트는 자신이 참여한 결정의 일관성을 지키려고 했겠지요.
그러나 일본 대신 조선을 분할한 것은 루즈벨트 사후 강경파 트루먼 정부였습니다. 포츠담 선언에서 트루먼은 일본 분할을 시사했지만 미군부는 한반도 분할을 기획했고, 결국 트루먼 정부는 미군부의 방안을 승인하고 추진했습니다. 각국 정부의 지도자가 누구였는가에 따라서 국제정치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그보다 더 단적인 예가 한국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외동포운동에 거의 제한이 없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재외동포운동을 도외시하거나 심지어 적대시합니다. 시민단체들의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지요. 어떤 정부가 선출되는가는 그 나라의 시민사회 운동에 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3) 각국 시민들의 민주적 성숙도와 역량, 그리고 성향 분포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북한과 중국은 시민이 정부를 선출하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의 분단극복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결정하면 인민들이 반드시 지지하기 때문에 이 나라들에서는 정부의 입장이 유일하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시민단체가 이 국가들에서 활동하려면 중앙 및 지방정부와의 방침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러시아와 일본은 외견상 시민이 정부를 선출하는 민주국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권이 좀처럼 교체되지 않습니다. 다만 정부가 시민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에 신경을 쓴다는 점에서, 한국의 시민운동 단체들도 이 국가들의 시민사회와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본 시민사회는 소수의 극우와 소수의 민주세력, 그리고 대다수의 무관심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와 같은 입장의 극우세력의 목소리가 가장 큰데, 이들은 한반도의 분단 극복과 통일 방안에 대해 전혀 한국에 도움이 되어주지 않습니다.
일본의 민주적 시민세력은 남북한의 통일 열망을 이해하고 지원하고 싶지만, 그 역량은 미미한 편입니다. 그들은 인원과 자원의 양면에서 일본 극우와 경쟁하기도 어렵고, 무관심시민을 깨우쳐 민주시민으로 이끌어내는 일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시민단체가 일본에서 활동할 때에는 극우 시민들과 직접 대결하는 것을 피하면서 민주 시민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민주시민의 역량이 늘어나고 발언이 커질수록 한국의 시민단체들과의 교류와 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4) <무용신>은 이 정도의 이해만으로도 활동 방향과 내용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재러동포와의 교류에는 현지 고려인단체와 한인회의 지도를 받는 것이 좋고, 재일동포와의 협력에는 일본 시민단체들과 연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러동포와의 교류와 협력에서 <무용신>의 최대 약점은 현지 사정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반면 <희망래일>이나 <동북아평화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전문가 수준의 이해와 실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용신>은 이 단체들의 지식과 경험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 학습 과정에서 중요하게 깨달은 것은 이 단체들도 현지 재러동포들의 <고려인연합회>와 한국동포들의 <한인회>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필요한 사업을 적절하게 결정할 수 있고, 그 추진과정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용신>은 우수리스크의 <최재형 고려인민족학교>와 <아리랑가무단>을 후원했습니다만, 모금에서는 <희망래일>, 한복과 무용의상의 전달에는 <동북아평화연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도움 덕분에 3차례의 <무용신>의 후원사업은 모두 성공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 계속될 <최재형고려인민족학교> 후원으로 이어져야 하고, 내년(2024년) 고려인 연해주 이주 160주년을 기념하는 고려인 민족축제에 참여하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희망래일/대륙학교>와 <동평>을 통해 <고려인연합회>와 <한인회>가 결정하는 내용과 방식에 따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무용신>은 재일동포 예술단이 이 축제에 참여하도록 준비하는 일을 담당하게 될 것인데, 이는 해외동포 운동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한국동포의 주선으로 재일동포와 재러동포가 직접 교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 사업에도 <희망래일>과 <동평>, <고려인연합회>와 <한인회>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한편, 재일조선학교 무용부를 후원하는 <무용신> 캠페인은 계속될 것이고,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일본내 시민단체 <팀아이>와의 긴밀한 협조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팀아이>는 일본내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평등하고 공정한 교육 및 취업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는, 다카라즈카시에 등록된 비영리시민단체입니다. 일본인과 재일동포가 고루 참여하는 시민단체이므로 <무용신>이 교류하고 협력하기가 아주 좋습니다.
<무용신>은 초기부터 “일본에서는 <팀아이>를 통해서만 활동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 원칙은 앞으로도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용신 캠페인도 <팀아이>를 후원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일본내 무용신 캠페인의 주체는 <팀아이>입니다.
또 향후 재일조선학교의 무용부 뿐만 아니라 축구부나 민족기악부를 후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팀아이>와의 협력을 통해서만 실행에 옮겨질 것입니다.
김진향 선생의 강연을 <무용신>의 활동에 적용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이 정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분단과 통일에 대한 김진향 선생의 혜안은 <무용신> 활동의 소중한 배경지식이 될 것입니다. (jc,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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