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분단의 기원이 된 북위38도 군사분계선이 미국에 의해 설정되었던 과정에서 주목할 사항이 2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연합군의 “일본 4분할”이 미군의 “한반도 4분할”을 거쳐 “미소의 2분할”로 대체된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이 자국의 분할을 막고 그 대신 한반도가 분할되도록 하기 위해 매우 끈질긴 술책을 부렸다는 사실입니다.
연합국은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5년 7월17일부터 독일 포츠담에서 회담을 열었습니다. 5월8일 항복한 나치 독일의 처리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회담이었는데, 일본도 의제에 올랐습니다.
포츠담 회담의 최종결론은 1945년 8월2일의 포츠담 협정으로 발표됐지만, 일주일 앞선 7월26일 포츠담 선언이 발표됩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한 선언으로 일본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고, 일본의 전후 처리의 방향을 담은 선언입니다.
그 선언의 주요 내용은 일본이 무조건 항복해야 하며(13항), 일본 영토를 4개 섬과 일부 부속도서로 제한하고(8항), 그 일본 영토를 4개 연합국이 분할 점령(7항)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일제는 “무조건 항복”을 포함하고 있는 포츠담 선언을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8월6일 히로시마, 8월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얻어맞고, 8월8일 소련이 대일 선전포고와 함께 만주의 관동군을 공격하자, 일제는 8월10일 포츠담 선언 수락을 발표했습니다.
일제 군부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포츠담 선언 수락을 일차 번복했던 일제 내각은, 8월14일 재차 포츠담 선언 수락을 연합국에 통보하고, 포츠담 선언문서에 서명함으로써,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했고, 다음 날인 8월15일 일제의 덴노가 라디오 방송을 했습니다.
그런데 포츠담 선언의 4개국 일본분할은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연합국 정상들이 포츠담에서 회담하는 동안, 미육군부 작전국(OPD)은 미영중소 4개국의 한반도 분할 점령안을 기안했고, 이 안은 포츠담 선언이 발표된 뒤 미소의 한반도 양분 점령안으로 대체됐습니다.
포츠담 회담 직전인 1945년 7월25일 미육군부합참의의 작전국장 존 헐(John E. Hull)은 (1) 소련에 가까운 만주는 포기하고, (2) 사할린은 소련에게 넘기는 대신, (3) 일본 본토는 미군이 전부 차지하고, (4)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되 서울은 미군이 차지해야한다는 내용의 헐 선(Hull Line)을 기획했습니다.
트루먼 대통령과는 달리 미군은 일본을 분할할 생각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때 이미 미군은 일본을 분할하는 대신 한반도를 분할하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패전을 눈앞에 둔 일제는 트루먼 대통령의 일본 4분할안을 회피하고 미군의 조선 2분할안을 유도하려는 계략을 꾸밉니다. 즉, 소련군의 일본 본토 상륙을 막고, 미군과 소련군이 한반도에서 맞닥뜨리게 한 것입니다.
일본군은 오키나와에 상륙하는 미군에게 83일 동안 저항했지만, 만주와 한반도로 진격하는 소련군에게는 전혀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소련은 선전포고(8월9일) 당일인 8월9일 경흥, 8월10일 웅기, 8월14일 나진을 점령합니다. 소련군이 한반도에 진입한 상황을 확인한 일본은, 소련군이 홋카이도에 상륙하려고 준비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자, 8월15일에 바로 항복합니다.
일본이 항복한 후에도 소련군은 8월16일 청진, 8월19일 성진, 8월22일 원산, 8월23일 개성을 점령하면서 빠르고 일본군의 항복을 받습니다. 소련군은 개전 2주일 만에 한반도의 절반을 점령한 것이지요. 소련군이 쿠릴열도 수복 전투(1945년 8월18일-9월1일)에서 일본군의 저항에 부딪혀 큰 피해를 입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소련군의 한반도 진격은 너무도 빠르고 쉬웠기 때문에, 일본군이 일부러 소련군에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 밖에는 다른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이는 소련군을 빠르게 한반도에 끌어들여서 일본 대신 조선을 분할하게 한다는 일제의 책략이었던 겁니다.
따라서, 한반도 분단의 주체인 ‘누가’에는, 미국과 소련뿐 아니라, 일본도 포함됩니다. 자국 분열을 조선 분열로 대체하기 위해 끝까지 술수를 부렸기 때문입니다. (계속, jc,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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