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글을 쓸 때 ‘육하원칙’을 지키도록 훈련받습니다. 법정에서 변론을 할 때도, 학교에서 교육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여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제공해야 정보력이 있는 주장, 내실 있는 교육이 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한반도의 분단 체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육하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예컨대, 한반도의 분단을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사실이 알려져 있을까요?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김진향 선생의 주장입니다.
한국 현대사, 특히 학생들에게 가르쳐지는 국사 교과서는 지정학적 위치라든가, 일본군의 무장 해제라든가, 한국전의 결과라는 등의 두루뭉수리 설명을 제공하지만, 이는 육하원칙에 따라 분단의 주체와 과정과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합니다..
지정학적 위치를 분단의 근본 이유로 제시하는 것은 가장 허접한 설명입니다. 육하원칙의 어느 것도 제대로 대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의 결과라는 설명은 분단의 주체가 전쟁 당사자인 한국인들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김진향 선생은 한반도 분단은 3단계로 이뤄졌다고 설명합니다. (1)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한 군사분계선 설정(1945년 9월2일), (2) 남한과 북한에 단독정부 수립(1948년 8월15일과 9월9일), (3) 한국전쟁 정전위원회의 휴전선 설정(1953년 7월27일)이 그것입니다.
저는 이 각 단계에 육하원칙을 적용해야 한반도의 분단이 제대로 설명될 것이라고 보지만, 그중에서도 첫 단계인 일본군 무장해제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한반도 분단의 시작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최초의 군사분계선이 설정되는 과정을 잘 살펴야 합니다.
이 군사분계선을 처음 입안해 실행에 옮긴 것은 미국입니다. 1945년 7월26일 미국 육군부 작전국(OPD)은 처음으로 연합국이 한반도를 분할 점령할 것을 계획합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미국(경기도와 강원도와 충청북도와 경상도)과 영국(평안도와 황해도), 중국(충청도남도와 전라도)과 소련(함경도)이 한반도롤 4분할해 점령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4개국 한반도분할 점령안은 1945년 8월초 미합동참모본부 합동전쟁계획위원회(JWPC)의 “일본 열도와 한국에 대한 연합국 관리 및 점령군 계획(JWPC385/1)”으로 그대로 이어졌지만, 그 수정안(JWPC385/5)은 영국과 중국을 빼고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분할하도록 변경됐습니다.
이 한반도 미소 양분안을 보고받은 미국무부와 육군부와 해군부의 3부조정위원회(SWNCC)의 제임스 던(J. Dunn) 위원장은 1945년 8월11일 육군부 작전국에 서울과 인천을 미국이 차지할 수 있는 군사분계선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육군부 작전국의 본스틸(Charles H. Bonesteel) 대령과 미육군장관 보좌관 딘 러스크(Dean Rusk) 중령은 38도선 분할 점령안을 마련, 미합참과 3부조정위원회를 거쳐 1945년 8월17일 미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승인됐습니다. 이 안에 따르면 일본군은 38도선 이북에서는 소련군 극동군사령관에게, 38도선 이남에서는 미대평양 육군사령관에게 항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반도의 미소 양분안은 트루먼 미대통령의 “일반명령 제1호”에 포함되어 미태평양군 사령관 맥아더에게 전달됐고, 맥아더는 한반도에 남하 중이던 소련군에게 38선 분할점령안을 제안했습니다.
뜻밖에도 소련은 이 제안을 아무 이의 없이 받아들였고, 1945년 8월23일 현재 개성까지 점령했던 소련군은 9월초 다시 38선 이북으로 철수하는 성의를 보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45년 9월2일 최초의 한반도 군사분계선이 설정됐고 발효됐습니다.
따라서 북위38도선을 한반도의 군사분계선으로 설정한 것은 미국이 입안하고 소련이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오늘날 분단의 기원이 된 제1단계의 군사분계선을 그은 ‘누구’는 미국과 소련이지만,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미국입니다. (계속, jc,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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