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는 1937년부터 1940년까지 세계 순회공연을 단행했다. 정병호의 평전 <춤추는 최승희(1995:192쪽)>는 그녀가 미국과 유럽, 중남미의 30여 개 도시에서 1백50여 회의 조선무용 공연을 열었다고 서술했다.
최승희의 세계 순회공연은 1937년 12월 29일에 시작됐다. 이날 최승희는 도쿄역에서 전철로 요코하마로 이동했고, 거기서 일본 최대의 여객선 치치부마루(秩父丸)에 승선해 태평양을 건넜다. 일본우선(日本郵船) 회사가 보유한 치치부마루는 “태평양의 여왕”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상용 여객기가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첫 목적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려면 태평양을 건너는 여객선을 타야 했고, 배를 타기 위해서는 우선 도쿄에서 요코하마까지 열차를 타야 했는데, 도쿄-요코하마는 전차로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당시 최승희와 안막 부부는 도쿄의 스기나미구(杉並区) 에이후쿠초(永福町)에 거주했으므로, 도쿄역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니시에이후쿠(西永福)역에서 이노카시라(井の頭)선의 열차를 타야 했을 것이지만, 승용차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22개에 달하는 짐은 미리 요코하마로 탁송되었을 것이다.
이 사진은 최승희 일행이 도쿄역을 출발하는 장면이다. 촬영 시기는 1937년 12월 29일 정오경이었고, 배경은 도쿄역의 마루노우치(丸の內) 대합실이다. 1914년 도쿄역의 완공 직후에 촬영한 대합실 내부의 사진들과 비교하면 이 사진의 촬영 장소가 마루노우치 대합실이었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다만 남쪽 대합실인지, 북쪽 대합실인지는 식별하기 어렵다.
사진에서 중앙 왼쪽이 최승희(빨강별), 오른쪽이 안막(파랑별)이고, 최승희의 왼쪽이 피아니스트 이광준(초록별)이다. 남편 안막은 최승희 순회공연의 매니저 역할을 맡았고, 이광준은 최승희의 1938년 미국 공연을 반주한 피아니스트이다.
순회공연단 3인을 제외한 3명의 여성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이 공연단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이들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단서는 사진이나 사진 설명에 제공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들은 전송객이거나 치치부마루의 동승객이었을 것이다.

사진 속의 인물들이 모두 두텁고 긴 코트를 입고 목도리까지 두른 것으로 보아 바깥 날씨가 추웠던 것으로 보인다. 4명의 여성 중에서 최승희를 포함한 2명이 모피코트를 입었고, 남성들의 코트도 모직 코트이다. 이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제미나이(Gemini)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이날 눈이나 비가 없는 맑은 날씨이며, 최저기온이 영하 3도, 낮 최고기온은 섭씨 9도라고 예보했다. 이 사진의 촬영 시간이 오전 10시에서 정오 사이였을 것이므로 바깥 기온은 영상 5도 정도였을 것이고, 대합실에는 출입문이 많고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했으므로 실내 온도도 바깥보다 그다지 높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진의 뒷면에는 “내지 뉴스(內地ニユース). 반도의 무희 도미(渡米)”라는 제목 아래 “도쿄, 쇼와 12년(=1937년) 12월 29일”이라고 장소와 날짜가 밝혀져 있고, “영화 <대금강산보(大金剛山の譜)>의 출연을 마친 인기 무용가 최승희 양이 29일 오후 0시 반, 도쿄역을 출발해서, 오후 3시에 출발하는 치치부마루를 타고 세계 무용 행각의 여행길에 올랐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기사가 ‘낮 12시 반’을 '오후 0시 반'이라고 표현한 것이 생소하다. 그러나 이 기사를 통해 최승희의 세계 순회공연이 1937년 12월 29일 오후 12시 30분에 도쿄역에서 시작됐으며, 일행이 요코하마에서 출발한 것도 같은 날 오후 3시였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사진의 뒷면에 "내지 뉴스"라는 기록과 "1938년 1월(JAN 1938)"이라는 날짜가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사진은 일본 본토의 <지지신보(時事新報)>의 사진 기자가 도쿄역에서 찍은 것이며, 인화한 사진 뒷면에 <지지신보>의 기사 원고를 오려 붙여서, 1938년 1월 중에 하와이 지사인 <닛푸지지>에 전달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글은 신문 기사 형식이다. 타자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기자가 쓴 글을 타자수가 정서한 것으로 신문사의 조판국으로 넘기기 전의 원고였을 것이다. 이 기사는 사진과 함께 도쿄의 일간지 <지지신보>에 실릴 예정이었겠지만, 일본 국회도서관의 고 신문 조사에서는 이 사진이나 기사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최승희의 사진이 보관된 봉투 앞면에 마련된 “신문 게재 월일”난에 날짜가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편집 과정에서 기사에서 제외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아마도 편집 과정에서 기사와 사진이 제외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 사진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발행되었던 일본인 교포 신문 <닛푸지지>의 아카이브에 보관되었다가, 스탠퍼드 대학 후버 도서관의 일본 문헌 아카이브로 이송된 것인데, 필자의 취재를 통해 재발굴된 것이다. (jc, 2025/11/11; 2026/3/31) ⓒ조정희
'최승희100장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Choi Seung-hee 100 Scenes] 26. Date of Birth (0) | 2026.03.26 |
|---|---|
| [崔承喜100シーン] 26. 生年月日 (0) | 2026.03.26 |
| [최승희100장면] 26. 생일 (0) | 2026.03.25 |
| [Choi Seung-hee 100 Scenes] 1. Tokyo Station (0) | 2025.11.14 |
| [崔承喜100場面] 1. 東京駅 (0) | 2025.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