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9월 최승희는 22세에 불과했지만 20회 이상의 주요 공연에 출연한 6년 경력의 무용가였다. 조선과 일본의 지방 공연을 합하면 그의 공연 경험은 1백회를 상회했을 것이다.
1939년 1월31일 파리 살프레옐 극장에서 열린 최승희의 첫 유럽 공연 프로그램은 “1934년과 1937년 사이에 최승희는 극동 각 지역에서 6백여 회의 공연을 가졌고 약 2백만 명이 그의 무용을 감상했다”고 서술했다.
파리 가르니에 오페라하우스 도서관에서 이 팜플렛을 78년만에 재발굴한 필자는 이 소개문을 읽으면서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4년간 6백회의 공연이라면 1년에 150회이고, 쉬지 않고 일주일에 3번씩 공연했다는 뜻이다. 누적 관객이 2백만명이었다면 1회 평균 3천3백명이 각 공연을 관람했다는 말이다. 이게 가능한 일이었을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1936년 3월10일 발행된 <최승희 팜플렛 제2집>에 수록된 최승희무용단의 공연일지를 보면 이런 강행군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934년 1년 동안 최승희의 공연이 85회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공연들은 모두 각 도시의 최대 극장에서 열렸던 공연들이었으므로, 크고 작은 초청공연이나 자선공연을 합치면, 그는 일주일에 3-4회 이상 공연했던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1926-34년까지 8년간 최승희가 경성과 도쿄의 주요공연을 20회, 지방공연과 자선공연과 초청공연을 합해 1백회 이상 공연했다고 추정하는 것은 오히려 과소평가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두터운 무대경력을 가진 최승희가 9월20일의 일본청년관 공연을 “제1회공연”이고 “데뷔”라고 했던 것은 최승희가 “새출발”을 다짐했기 때문이다. 최승희는 <나의 자서전(1936)>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저는 이때 처음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단행한 발표회 개최는 과격한 일이 아니었구나.’ 하고 알 수 있었습니다. 이시이 선생에 의해 무용의 눈을 뜨게 되었고, 부모의 사랑과 형의 격려와 남편의 공력으로……그렇게 나는 여기까지 도달한 것입니다.
“‘자, 이제부터다. 내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앞날의 밝은 빛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꽤 오랜 세월 동안 힘들고 어두운 길을 나는 잘도 버텨내며 걸어왔던 것입니다.”
최승희는 “오랜 세월동안 힘들고 어두운 길”을 “잘도 버텨내며” 이 공연에 도달했고, 이것이 “내 인생의 시작”이라고 여겼다. 유학 시절(1926-1929)에는 공연할 때마다 각광받은 촉망받던 유망주였으므로, 최승희가 말한 “어둡고 힘든 길”이란 조선에 돌아가 <최승희무용연구소>를 설립하고 활동을 하던 경성 시절(1930-1933)의 고난의 행군을 가리킬 것이다.
경성시절 최승희가 겪은 고난은 재정난 때문만이 아니었다. 무용을 천시하고 무용가를 전래적인 기생이나 타락한 신여성 취급하는 조선사회에 맞서기 위해 최승희는 안막과 혼인하고 딸 승자를 출산하면서 예술무용 공연을 이어갔지만, 재정난은 가중됐다.
마침내 그는 조선 활동을 중단하고 무용단을 해산한 후 활동무대를 일본으로 옮겼다. 스승 이시이 바쿠는 최승희를 문하에 받아들였고, 약 1년 반의 무용단 활동 시기를 거쳐서 최승희의 도쿄 첫 번째 공연을 허락한 것이다. 이 공연이 최승희의 새로운 출발의 이정표가 됐다.
경성시절이 고난의 시기였지만 최승희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약 3년 동안 5회의 신작발표회와 4회의 무용발표회를 열만큼, 최승희의 창작활동은 왕성했고, 이를 통해 무용작품 창작 능력은 크게 발전했다. 타고난 재능에 경험이 더해진 것이다.
최승희는 또 경성시절에 조선의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식민지 조선민중의 참상을 목격하고 이를 작품에 반영함으로써 경향성을 갖추기도 했고, 조선 경향의 전통무용을 연구해 훗날 조선무용을 정초하는 준비를 갖추기도 했다.
경성시절의 고난의 행군을 통해 쌓은 경험과 준비는 새출발의 자산이었다. (jc, 202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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