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는 <나의 자서전(1936)>에서 1934년 9월20일의 제1회 도쿄발표회를 “데뷔”라고 불렀는데, 이는 뜻밖의 서술이다. 최승희는 그 전에도 조선과 일본에서 숱한 공연을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데뷔(debut)"는 일본어로 흔히 “초무대(初舞臺)” 또는 “처녀공연(處女公演)”으로 번역되곤 했다. 최승희는 8년 전인 1926년에 초무대에서 처녀공연에 출연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1926년 6월27일자 <경성일보(석간2면)>였다.
“이시이 바쿠의 제자로 들어간 숙명여학교 출신의 최승자(崔承子=이시이 바쿠가 지어준 최승희의 별명)는 (6월)22일 도쿄 호가쿠자(邦樂座)의 처녀공연에 출연... (사진설명) 초무대에서 <물고기춤(魚の舞)>을 추는 최승자.”
이 보도에 따르면 최승희의 “데뷔”는 1926년 6월22일의 호가쿠자 공연이었다. 그러나 이는 오보였다. 1926년 6월13일자 <오사카마이니치신문(9면)>에 따르면 도쿄 호가쿠자 공연보다 열흘 전인 6월12일 오사카공회당에서 열린 이시이 바쿠 무용단의 공연에서 최승희는 <그로테스크>라는 작품에 출연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최승희는 1930년 2월1일 <최승희무용연구소>의 이름으로 첫 공연을 가진 바 있었다. 조선의 경성공회당에서였다. 1929년 8월 <이시이바쿠무용연구소>를 탈퇴해 조선에 돌아온 최승희는 그해 11월1일 경성 고시정에 <최승희무용연구소>를 설립하고, 10여명의 제자들을 모집해 신작을 창작하여, 이듬해 2월1일 경성공회당에서 제1회발표회를 개최했다.
이후 1933년 3월 최승희가 다시 도쿄로 돌아오기까지 3년동안 <최승희무용연구소>는 경성에서 5회의 신작발표회와 4회의 무용발표회를 개최한 바 있다. 따라서 최승희가 자서전에서 1934년 9월의 도쿄발표회를 “데뷔”라고 불렀던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그뿐 아니다.
최승희는 1933년 3월 도쿄로 돌아와 <이시이바쿠무용연구소>에 복귀한 직후에도 도쿄 무대에 출연한 바 있었다. 1934년 1월1일자 <매일신보(12면)>의 보도에 따르면 최승희는 1933년 6월부터 연말까지 적어도 3번 이상 주요무대에 올랐다.
“(일본에) 건너간 지 며칠 안 되어 작년(=1933년) 봄에 열린 근대여류무용대회에 나가서 만장의 기염을 토하였었고 이어서 동경 일일신문사 주최의 무용제에도 출연하여 호평을 박하였다. 다시 작년 10월 석정막무용연구소 발표회에서는 <희망을 안고서(사라사테곡)>, <에헤야 노아라>라는 두 가지 조선정조가 넘쳐흐르는 새로운 무용을 발표하여 무용비평가의 절대적 환영을 받았다. 작년에 마지막으로 12월 시사신문 주최의 전일본 일류무용가를 망라한 <1933년 무용제>에 참가하여 조선인으로서 만장의 기염을 토하였다.”
이 기사가 보도한 근대여류무용대회는 5월20일 일본청년관에서 열렸고, 도쿄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무대에 출연한 최승희는 <엘레지>와 <에헤야 노아라>를 선보였다. 도쿄니치니치신문사(東京日日新聞) 주최의 무용제는 <일본양무사연표>에서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승희가 <희망을 안고서>와 <에헤야 노아라>를 발표했다는 석정막무용단공연은 1933년 10월22일 히비야공회당에서 열렸던 것이 확인되었다. 또 지지신보(時事新報) 주최의 1933년 대무용제는 12월8일 히비야공회당에서 개최된 것이 확인되었다.
1934년에도 최승희는 <이시이바쿠무용단>의 3월 홋카이도 순회공연, 5월12일 봄공연(春季公演, 히비야공회당)에도 출연한 바 있고, 이시이 바쿠의 작품 뿐 아니라 <엘레지>와 <에헤야 노아라> 등의 독무와 함께 <희망을 안고서> 등의 듀엣 작품을 발표한 바 있었다.
따라서 최승희는 1926년부터 약 8년 동안 경성과 도쿄에서 20차례 이상 주요 공연에 출연했고, 조선과 일본의 지방공연까지 합치면 1백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한 베테랑 무용가였다.
그런데도 최승희는 <나의 자서전(1936)>에서 1934년 9월20일의 일본청년관 공연을 2개의 장에 걸쳐 자세히 서술하면서 각각의 제목을 <데뷔-하기까지>와 <데뷔->라고 붙였다. 왜 그랬을까? (jc, 202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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