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묵화김대중

[수묵화 김대중] 2. 동기와 기회

수사물이나 추리극을 보면 범죄행위의 원인을 동기와 기회로 봅니다. 범죄를 저지를 기회와 이유가 있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는 범죄행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모든 행위는 동기가 부여되고 기회가 주어져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나주 북콘서트를 개최하는 일에도 당연히 기회와 동기가 있습니다. 우선 기회가 좋습니다. 유준 화백의 광주 전시회가 확정되었고, 51일부터 3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이 전시회는 쉽게 담양과 장성, 화순과 나주 등의 인근 지역에 알려질 것입니다.

 

 

유준 화백은 올해 초 <수묵화로 보는 김대중>을 출판했습니다. 202418일자 출판된 이 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는 헌정본이기도 합니다. 광주 전시회의 그림들과 <수묵화로 보는 김대중>은 소재가 같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니까요.

 

저는 나주 <실학모임> 회원입니다. 멀리 살기 때문에 모임에 자주 참석하지 못하지만, 저는 <실학모임>의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회원들이 모두 공부에 열심이고 실천에 열성입니다. 김대중 선생을 기리는 북콘서트를 개최하기에 적합한 일꾼들이지요.

 

 

제가 광주 문화공간 <뜨락>을 안 것은 불과 2주일 전입니다. 유준 화백과 함께 담양의 서예가 이윤홍 선생의 전시회에 갔다가 <뜨락>의 차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잔이 잦아지고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김태훈 선생 댁에서 묵었고, 다음날 아침에는 안혜경 선생이 끓여 주신 매생이 떡국으로 해장을 했습니다. 너릿재 옛길을 산책하면서 때마침 만개한 벚꽃 구경도 했습니다.

 

12일을 함께 보냈을 뿐인데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편안한 잠자리와 맛있는 식사 때문만이 아닌 것은 분명했습니다. 대화의 내용도 좋았지만, 두 분의 어조와 어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뜨락>의 일하는 방식, 그리고 그에 대해 가지신 확신도 감명 깊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게는, 유준 화백과 <실학모임>, 그리고 <뜨락>을 연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각각의 의사를 확인했습니다. 유준 화백이 찬성해 주셨고, <실학모임>의 대표들도 긍정적이셨고, <뜨락>의 김태훈, 안혜경 선생도 참여해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기회가 구체화된 것이지요.

 

기회가 생겼다고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회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떡볶이 가게를 지나가면서 때마침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해서 매번 떡볶이를 사 먹지는 않습니다.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게 바로 동기입니다.

 

 

제가 북콘서트를 제안한 것이나, 유준 화백과 <실학모임><뜨락>의 대표 분들이 이를 받아들여 주신 데에는 각자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1) 절친 유준 화백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고, (2) 내가 속한 <실학모임>이 나주의 경계를 넘어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고, (3) 이 일을 통해 <뜨락> 식구들과도 친밀해 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번 북콘서트에 임하게 된 저의 개인적인 동기인 셈이지요.

 

유준 화백이 북콘서트를 승낙해 주신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학모임>의 최현삼, 김순희 선생과 <뜨락>의 김태훈, 안혜경 선생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저로서는 그분들의 동기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뿐, 정확히 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 각자의 동기가 모두 똑 같다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각자의 동기에는 공통분모가 있겠습니다. 공동의 목적 혹은 공통의 동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것이 없다면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 않거나 불가능합니다. 저는 우리의 공통의 동기가 김대중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역시 제가 단언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제 오늘(420) 나주에서 <실학모임><뜨락>의 일꾼들이 처음으로 함께 모입니다. 북콘서트 개최를 결정하고, 기획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역할도 나누고 효과적인 소통 방식도 만들게 되겠지요. 구체적인 기획과 함께 우리가 이 일에 임하는 공통의 동기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jc, 2024/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