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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37. 최승희 탄생일 (2) 문제 제기

2. 문제 제기

 

정병호(1995:23)는 최승희의 생년월일이 19111124일이라고 서술했다. 그는 최승희의 부친 최준현의 호적과 숙명여학교의 학적부를 확인한 후 최승희의 생일을 이날로 확정했다.

 

이후의 모든 평전들은 정병호의 예를 따랐다. 김찬정(2003:22)과 정수웅(2004:15), 박진욱(2007:5)과 배윤희(2011:27), 강준식(2012:20)과 이현준(2019:407) 등이 최승희의 생일을 “19111124이라고 밝혔다. 1998919일 평양 신미리 애국열사릉으로 이장된 최승희의 묘소에 세워진 묘비의 생년월일도 이 날짜였다.

 

 

그러나 정병호 이전의 평전들은 최승희의 생년월일에 대해 일치된 서술을 보이지 않았다. 서만일(1957a:68)은 최승희의 생일을 “19121224이라고 기술했고, 다카시마 유사부로(1959:13)“1913, 다이쇼2,” 강이향(1993:29)“1911이라고만 밝혔다.

 

즉 초기 평전들은 각 기록자의 기억에 따라 최승희의 생년월일을 제각각으로 기록했으나, 정병호의 평전이 생년월일을 확정한 후로는 모든 평전과 연구서들이 이를 수용한 셈이다.

 

그러나 필자가 발굴한 문헌에서는 최승희의 생년월일을 다르게 서술한 기록이 다수 발견되었다. 예컨대 19351129일자 <만슈니치니치신문(5)>은 일본 무용계에는 다이쇼원년(1912)에 출생한 25세의 무용가 3, 최승희(崔承喜)와 츠다 신쿄(津田信敎)와 메이와 후타바(名和双葉)가 있다고 소개했다. 최승희가 1912년생이라고 서술한 것이다.

 

또 최승희의 무용영화 <반도의 무희(1936)>를 소개하는 레코드의 설명문에도 최승희의 생일이 다이쇼원년(大正元年=1912) 1이라고 서술되어 있었다.

 

 

최승희가 세계 순회공연을 위해 19379월 일본 외무성에 신청한 여권 신청서에는 그의 생년월일이 19111224일로 기록되었다. 생월이 11월이 아니라 12월이었다.

 

최승희가 유럽순회공연 중이던 1939420일 벨기에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노동허가서에는 그가 “1912년 서울에서 출생한 조선인이라고 기록되어 있었고, 19401010일에 파나마에서 신청된 멕시코 입국 비자 신청서에도 그의 생년이 1912년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최승희가 1940426일 뉴욕에 도착해 작성한 미이민국 입국기록에는 그의 나이가 만27세였다. 최승희의 생일이 정병호가 확정한 19111124일이라면 입국일 기준으로 최승희는 만28세이어야 했다. 당시에 최승희가 만27세였다면 생년월일은 1912427일 이후이자 1913426일 이전이어야 했다.

 

 

끝으로 조선이 일제강점에서 해방된 후 평양으로 간 최승희는 조선무용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집권당인 노동당에 의해 평양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1948820일자 <노동신문(2)>의 기사는 최승희가 825일 실시되는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 평양시 제4선거구의 대의원 후보자로 추대되었다고 전하면서, 그녀가 “1912년 한학자의 가정에서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상에서 보듯이 최승희의 생년월일이 정병호가 확정한 19111124일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록은 대단히 많았다. 이 기록들의 출처는 광범위하고 다양하지만, 적어도 최승희의 생년이 1911년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표에 나타난 21개의 문헌에 따르면 정병호가 최승희의 생년월일을 확정하기 이전에는 그의 생일이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공문서와 사문서, 신문기사와 레코드의 녹음, 그리고 평전을 불문하고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 다양한 생년월일의 기록에서도 두 가지 경향성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최승희의 생년이 1911년과 1912년으로 나뉘어 있었고, 둘째, 생월일이 1124일과 1224일로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병호가 확정한 최승희의 생년월일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그의 생년과 생월일을 각각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