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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도호쿠2023취재] 33. 고베 세큐분코 (1) 청구문고

후쿠시마 조사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동시에 제한적이었습니다. 사전조사에서 확보한 포스터의 공연을 확인한 것은 좋았지만, 후쿠시마에서 있었을 다른 공연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3-4회의 공연을 발굴해 낼 수 있었던 모리오카와 아오모리에서와는 달리, 센다이와 후쿠시마에서 각각 1회씩의 공연밖에 찾지 못했고, 야마가타에서는 아무 공연도 발굴하지 못했습니다.

 

 

, 도호쿠의 북부 3개현(아키타, 이와테, 아오모리)의 조사 결과는 훌륭했지만, 남부 3개현(미야기, 야마가타, 후쿠시마)의 취재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도호쿠에 남아 조사를 계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고베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1112() 고베시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세큐분코(青丘文庫) 세미나에서 논문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 세미나는 도호쿠 취재와 함께 이번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었습니다.

 

 

<청구문고> 세미나는 간사이 지역의 조선/한국 관련 연구자들의 세미나입니다. 히다 유이치(飛田雄一), 호리우치 미노루(堀内稔), 츠카사키 마사유키(塚崎昌之), 미즈노 나오키(水野直樹), 마츠시타 요시히로(松下佳弘), 타카노 아키오(高野昭雄)등의 연구자들이 주요 구성원입니다.

 

지금은 일본인 연구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청구문고>는 원래 재일조선인 한석희(韓皙曦) 선생이 1969년에 시작하신 사설 도서관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내 방대해 져서 1997년 약 3만점의 자료를 고베시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하면서 공립도서관의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이 도서관을 청구(青丘)”문고라고 이름 지은 것은 강재언(姜在彦) 선생이셨다고 합니다.

 

 

청구문고는 2개의 연구분과를 두고 있는데 재일조선인운동사연구회 관서부회는 히다 유이치 선생이 대표를 맡고 계시고, “조선근현대사연구회는 미즈노 나오키 선생이 대표이십니다. 이 두 연구분과가 매월 두 번째 일요일에 월례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지난 5<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이번에 <조선무용가 최승희 선생의 탄생일>에 대한 논문을 다시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청구문고> 세미나에서 최승희 연구 결과를 보고할 수 있게 되어서 만족스럽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최승희 관련 발표는 물론 연구 자체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청구문고>의 연구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기만 하면 무슨 이야기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청구문고>의 연구자들로부터 자료와 자문의 양면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5<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 발표 때에는 츠카사키 선생을 처음 뵈었는데, 자신이 수집하신 최승희 관련 문헌들을 한 묶음 전해 주셨습니다. 히다, 제가 최승희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는 말씀을 들으시자 마자 그 자료들을 따로 정리했다가 전달하신 것입니다.

 

 

그날 발표와 토론을 마치고 고베역 인근의 야키도리 집 <도리키조쿠(鳥貴族)>에서 나무비루(生麥酒)와 닭튀김으로 2차 모임을 가졌습니다. 저로서는 <청구문고> 세미나에 데뷔한 날인데, 많은 선배들께서 따뜻하게 환영해 주신 것이 고마웠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츠카사키 선생을 뵙지 못하게 됐습니다. 두 달 전에 타계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반년 전에 뵈었을 때만 해도 장난스런 눈길이 따뜻하셨던 분이었기 때문에, 먼저 세상을 뜨실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는데...

 

 

한편 지난 5월에 뵙지 못했던 미즈노 나오키 선생, 그리고 제 발표 다음에 나라 현의 조선학교에 대해 꼼꼼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신 마츠시타 요시히로 선생을 만나게 된 것이 참 좋았습니다. 제 발표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해 주신 타카노 아키오 선생과 교도통신에 오래 근무하셨던 토요타 마사히코(豊田正彦)을 뵙게 된 것도 감사했습니다.

 

이날도 발표 후에 고베역 맞은편 <도리키조쿠>에서 애프터 모임을 가졌습니다. <청구문고> 선생님들의 따뜻한 환영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네요. (jc, 202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