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순회공연] 11. 푸에르토리코 공연 (2) 대학극장

최승희의 푸에르토리코 공연이 열렸던 극장은 푸에르토리코 대학극장이었다. 이 극장에 대해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1940년 3월13일의 <라 토레> 기사에는 극장 정보가 없었고, 4월17일의 <라 토레> 기사에는 “새로운 강당에서(en el Nuevo Auditorium)”라고만 되어 있었다.

 

이 “강당”을 조사해 보니, 지금의 <푸에르토리코 대학 극장(El Teatro de la UPR)>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푸에르토리코 대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은 이 극장을 그냥 “강당”이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라 토레>가 대학신문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푸에르토리코 대학극장은 당시로서는 물론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대단히 훌륭한 건축물이었다. 객석이 2,085석이었고, 냉방 장치를 구비한 대형 무대와 대학 로고를 새긴 최고급 막을 구비하고 있었다. 파이프 오르간까지 설치되었고, 그림을 전시하는 회랑과 관내 매점, 2개의 매표소를 구비한 본격 대형 극장이었다.

 

이 극장이 발행한 최근의 안내문을 보면 그동안 이 극장은 “학술대회와 포럼 등의 학내 행사”뿐 아니라 “국내와 국제적 극단과 무용단,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팝음악가 등이 공연해 온 푸에르토리코의 문화유산으로서, 대학극장 수준을 넘어 푸에르토리코 전체를 통해 최고의 극장”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이 극장이 개관할 당시 푸에르토리코의 수도 산후안에는 대형 극장이 없었다고 한다. 1832년에 건축된 1백년이 넘은 산후안 시립극장(el Teatro Municipal de San Juan)이 있기는 했지만, 규모도 작고 낡아서 1939년경에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산후안 시는 새 극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에 산후안 시는 새로운 극장을 별도로 건설하기 보다는, 극장을 필요로 하고 있던 푸에르토리코 대학 안에 대형 극장을 짓기로 했다.

 

푸에르토리코 대학극장은 건축가 프란시스코 가르동(Francisco Gardón, 1891-1936))과 라파엘 카로모에가(Rafael Carmoega, 1884-1968)에 의해 1936년에 건축되기 시작해 1939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완공 날짜나 개관 기념일이 밝혀져 있지 않았다.

 

건축 완공일과 개관 기념일은 서로 다를 수도 있지만, 현지에서는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건물에는 초석이 있게 마련이고, 거기에는 공사 완공일이 기록되는 법이다. 또 개관기념일은 적어도 5년이나 10년에 한 번씩은 기념행사를 하는 것이 상례이므로 극장 관계자라면 그 기념일이 언제인지 알고 있을 터였다.

 

 

이 극장의 건축 완공일과 개관 기념일이 다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 극장이 1939년에 완공되어, 그해 12월의 졸업식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2015년 3월에 발행된 이 대학의 공지문은 “다음달(4월) 이 극장이 개관 75주년 기념일을 맞는다”면서 특별 연주회를 소개하고 있었다. 2015년 4월이 75주년 기념일이라면, 그 첫 개관일은 1940년 4월로 계산된다.

 

내가 이 점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조사를 계속해 온 까닭은 최승희의 조선무용 공연일이 1940년 4월22일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최승희 공연이 이 신설 푸에르토리코 대학극장의 개관기념 공연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난 주 화요일(10월17일) 푸에르토리코 대학의 웹사이트에 명시된 이메일 주소로 문의 메일을 보냈다. 첫 접촉인 만큼 간단히 두 개의 질문만 물었다. (1) 해당 극장에 최승희 공연에 대한 기록이 있는지, (2) 대학 극장의 개관기념일이 언제인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3일 만인 10월20일 타마라 미란다 박사(Dr. Tamara Miranda)로부터 답장이 왔다. 답장에 대학극장 레터헤더가 포함되었으므로 관계자임에 틀림없겠는데, 직함은 명기되지 않았다.

 

 

답장 내용은 “최승희 공연에 대한 자료가 없”으며, “극장 건축과 개관에 대한 정보도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첫 접촉에 대한 답변은 흔히 그렇다. 약 85년 전의 일이니 이해할 만한 일이다. 문의 이메일에 답장해 준 것만도 고마운 일이므로, 이 첫 접촉을 발판으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jc, 202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