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순회공연] 10. 푸에르토리코 공연 (1) 날짜

푸에르토리코 공연이 처음 결정된 것은 최승희가 하바나를 방문했던 1939년 11월말로 추정되었다. 이때 최승희는 루빈스타인의 피아노 콘서트에 맞추어 쿠바를 방문했는데, 그 자신이 하바나에서 공연을 했다는 기록은 남기지 않았다.

 

다만 “쿠바에서 룸바를 관람했”으며 “거기서 많은 수확을 거두”었다고 덧붙였다. 공연을 하지 않고서도 거둔 “많은 수확”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최승희가 이때 루빈스타인의 흥행사 콘시에르토스 다니엘(Conciertos Daniel) 관계자와 만나 남미순회공연을, 쿠바의 프로뮤지컬아트협회를 만나 푸에르토리코 공연을 협의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승희의 푸에르토리코 공연이 언론에 발표된 것은 그로부터 3개월 이상이 지난 3월 중순이었다. 푸에르토리코 공연은 1940년 3월13일의 푸에르토리코 대학신문 <라 토레>에 처음 발표되었고, 미국 서부에서는 1940년 3월21일의 <니치베이신문>이 이를 보도했다. 그리고 푸에르토리코 공연이 실제로 이뤄진 것은 1940년 4월22일이었다.

 

 

당시에도 예술 공연을 4-5개월 전에 미리 기획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상한 일은 푸에르토리코 공연을 포함한 남미순회공연이 1939년 11월말에 협의되었으면서도, 1940년 2월까지도 최승희는 일본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하와이의 일본교포신문 <닛푸지지(日布時事)>는 1940년 2월16일의 기사에서 “(최승희의) 서신에 의하면 미국순업을 마치면 귀국할 예정이며, 도중인 4월 중순 호놀룰루에 기항하게 되면 그 때 꼭 현지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했다. 이 기사는 또 “중남미 방면에서 공연 신청도 받고 있으며, 만약 이에 응하게 된다면 호놀룰루 기항은 6,7월경이 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푸에르토리코 공연을 포함한 중남미 순회공연을 그 ‘가능성’만 보도한 것이다.

 

 

이는 1939년 11월말의 흥행사 콘시에르토스 다니엘과 대행사 프로뮤지컬아트협회와의 회동에서 남미순회공연이 협의되기는 했으나,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했거나 구체적인 일정을 결정하지는 못했었다는 뜻이다. 왜 그랬을까?

 

첫째는 11월말 이후 미국의 흥행사 메트로폴리탄 뮤지컬 뷰로와의 계약과 함께 미국내 순회공연을 진행해야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메트로폴리탄의 기획으로 최승희는 뉴욕과 시카고, 시애틀과 포틀랜드, LA와 샌프란시스코 공연을 가졌다. 미서해안 공연은 4월7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끝났고, 최승희는 비로소 뉴욕을 경유해 푸에르토리코 공연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둘째는 푸에르토리코 공연이 처음부터 4월에 진행되도록 요청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1940년 3월13일의 푸에르토리코 대학신문 <라 토레>는 이 공연이 푸에르토리코 대학의 총장 돈 호세 게이츠(Don José Gueits)와 대행사 프로뮤지컬 예술협회(la Asociación Pro Arte Musical)가 협력해서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아마도 게이츠 총장이 프로뮤지컬예술협회에 공연 주선을 요청했고, 프로뮤지컬 예술협회는 하바나에서 최승희를 만나 그의 조선무용 공연을 주선했을 것이다. 이때 흥행사 콘시에르토스 다니엘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못했다.

 

 

콘시에르토스 다니엘과 프로뮤지컬예술협회가 함께 기획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프로뮤지컬예술협회가 단독으로 최승희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예술가와 여성활동가들의 모임인 이 협회는 쿠바와 푸에르토리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단체였기 때문이다.

 

1939년 11월 게이츠 총장이 공연 주선을 요청한 이유는 푸에르토리코 대학에 새로 건립된 대학극장의 개관 기념공연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극장은 1939년 말에 완공되어, 그해 12월의 졸업식에 사용될 예정이었지만 공연 일정은 없었다.

 

 

2015년 3월26일자 푸에르토리코 대학의 발표문이 대학극장은 “오는 4월 개관 75주년을 맞는다”고 기술한 것으로 보아, 이 극장의 정식 개관일은 1940년 4월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 대학극장의 개관 기념공연은 최승희의 조선무용 공연이었을 것이다. (jc, 2023/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