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4월8일 대륙횡단 기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한 최승희가 시카고를 경유해 뉴욕에 도착한 것은 4월11일이나 4월12일이었을 것이다. 카리브해 도서국가에서의 공연은 처음이었으므로 최승희 일행은 현지적응을 위해서라도 지체 없이 푸에르토리코로 출발했을 것이다.
최승희가 카리브해 지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반년 전인 1939년 10월21일, 최승희 일행은 뉴욕 입국비자를 얻지 못해 5일간의 임시 체류 후, 10월26일 기선에 올라 파나마로 출발한 적이 있었다. 뉴욕에서 출발해 파나마해협을 건너서 LA나 샌프란시스코로 갔다가, 그곳에서 태평양을 건너 일본으로 가는 선편으로 갈아탈 계획이었을 것이다.
1930년대 미동부 해안에서 파나마를 거쳐 미서부 해안을 연결하는 항로는 <파나마 퍼시픽 라인>이 여객수송을 담당했는데,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펜실베니아>의 세 여객선이 이 항로를 운항하고 있었다. 최승희가 이중 어떤 여객선에 승선했었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항해 중에 미국 공연이 가능하다는 흥행사의 무선연락을 받은 최승희는 파나마에서 하선, 쿠바를 거쳐 뉴욕으로 되돌아 왔다. 따라서 최승희는 뉴욕으로 돌아오기 전에 파나마와 쿠바를 방문했는데, <삼천리(1940년 9월호)>에 기고한 편지에서 최승희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파나마에 가는 도중 뉴욕 매니저로부터 공연이 가능할 것 같다는 통지가 와서 파나마에서 쿠바, 플로리다를 지나서 뉴욕에 왔습니다. 파나마에서 1년에 한번 있다는 투우를 보고, 쿠바에서 룸바를 보고,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해안을 본 것이 무엇보다 좋은 기억입니다.”
최승희가 파나마에서 “1년에 한 번 있다는 투우를 보”았다는 서술을 통해 그녀의 파나마 체류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 파나마는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1903년 콜롬비아로부터 2번에 걸쳐 독립해 파나마 공화국이 됐다. 그런데 이 두 독립 관련 기념일이 모두 11월이다.
1821년 11월10일 로스 산토스(los Santos)에서 첫 독립운동이 발생했고, 약 2주반의 독립전쟁 끝에 11월28일 스페인군을 격퇴했다. 이때의 독립 운동은 콜롬비아가 주도했고,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는 콜롬비아와 파나마,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 페루북부지역과 브라질 서북지역이 연합해 그랑 콜롬비아 연방(confederation of Gran Columbia)을 구성했다.
1903년 파나마는 그랑 콜롬비아 연방을 탈퇴해 독립 국가가 되었다. 11월3일 콜롬비아와의 분리를 선언했고, 11월5일 콜론(Colon)에서 콜롬비아군의 침공을 막아내어 완전한 독립에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파나마 공화국이 성립되었다.
파나마에서는 11월3일의 콜롬비아로부터의 분리기념일(Separation Day), 11월5일의 콜론 데이(Colon Day), 11월10일의 로스 산토스 독립선언일(Shout in Villa de los Santos), 10월28일의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 모두 법정공휴일이다.
따라서 파나마의 독립기념 축제는 11월 한 달 동안 계속되는데, 그 중에서 11월3일의 분리기념일은 독립기념 축제가 시작되는 날로 전국에서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 기간에 독립 전의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관행인 투우 경기가 열렸던 것이 역설적인데, 특히 파나마 구시가의 승리광장(la plaza del Triunfo), 즉, 오늘날의 토마스 헤레라 광장(Plaza Tomás Herrera, San Felipe, Panamá)에서 가장 성대한 투우경기가 열렸다.
그밖에도 헤레라 광장에서 북쪽으로 4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페리스 힐(Perry's Hill)과, 파나마 운하의 태평양쪽 입구인 라보카(La Boca)에서 서쪽으로 22킬로미터 떨어진 비스타 알레그레(Vista Alegre)에서도 대규모 투우 경기가 벌어지곤 했는데, 최승희가 “1년에 한번 있다는 투우”를 보았던 것은 파나마 구심의 헤레라 광장에서 벌어진 행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투우경기들은 11월3일부터 28일까지 계속되었으므로, 최승희는 적어도 11월초, 늦으면 11월28일까지 파나마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12월28일에는 뉴욕의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서 <홀리데이 무용제>가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최승희는 파나마의 독립축제를 끝까지 즐기지는 못하고 늦어도 11월 중순 파나마를 떠나 뉴욕으로 출발했을 것이다. (jc,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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