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의 <나의 자서전>이 풀어준 6개의 오해
조정희 (최승희 연구가),
2021년 2월18일, <낙성대 살롱>의 개막을 축하하며...,
0. 서론
나의 최승희 조사연구가 4년째다. 최승희의 삶과 춤에 대한 적지 않은 이해를 갖게 됐지만, 여전히 의문으로 남은 문제도 많다. 자료 부족은 손쉬운 핑계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계 곳곳에 산재한 최승희 관련 자료를 찾아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문헌 사이에도 불일치가 적지 않다. 최승희 평전과 연구서, 신문과 잡지의 기사들 사이에 엇갈리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 포스팅은 말할 것도 없다. 또 기존 문헌들 사이에 일치된 사안이라도 과연 그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의심할 내용도 있다.
최근 최승희의 <나의 자서전(私の自敍傳, 1936)>을 다시 읽으면서 이 책이 그 같은 불일치와 오해를 많이 불식해 줄 수 있음을 알았다. 이 글은 그 자서전이 최승희의 삶과 춤에 대한 쓸모없는 논쟁을 정리해 줄 유용한 문헌임을 보이기 위해 준비된 것이다.
저널 기사들은 물론 평전과 연구서들조차도 이 자서전을 충분히 참고하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일본어로 저술된 이 자서전이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번역되었더라면 연구자들과 독자들은 많은 오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최승희가 복권된 직후인 1990년대에 그에 대한 관심이 부활됐다. 한국에서는 최승희 탄생 1백주년을 맞은 2010년대에 최승희 붐이 일었다. 이때쯤 <나의 자서전>이 번역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의 최승희 부활 시기에도 그의 자서전은 번역되지 않았다.
최승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차자료인 자서전이 번역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 자체가 하나의 연구꺼리일 수 있겠으나, 지금으로서는 가설 수준의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이 자서전의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어판 <나의 자서전>이 도쿄에서 출판된 이듬해, 오빠 최승일은 경성에서 조선어판 <최승희 자서전(1937)>을 출판했다. 제목이 비슷했기 때문에 이 두 책이 같은 책이라고 오해되었거나, 혹은 조선어판 자서전이 일어판 자서전의 번역본으로 오해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두 책은 전혀 다른 책이다.
둘째는 일어판 <나의 자서전>의 문장과 문투이다. 1930년대의 일본어는 오늘날의 일본어와 매우 다른 것 같다. 어휘와 표현은 물론 철자조차 달라진 것도 있다. 현대 일본어에만 익숙하다면 번역은커녕 읽기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최승희의 구술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아닌가 여겨질 만큼 문장이 난삽한 편이다.
셋째는 일어판 <나의 자서전>에서 자주 오류가 발견된다. 이 자서전의 집필 시기는 최승희가 25세였을 때였으므로 기억이 잘못되거나 회상이 어려울 만큼 오래된 일들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 자서전이 대필 작품이거나 위작일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이 책의 번역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최승희의 일어판 <나의 자서전>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이 책이 위작일 리 없겠고, 대필일 경우에도 위탁 저술이 아니라 구술을 통해 이뤄진 것이며, 명백한 오류가 있지만 적절한 해석과 추가 조사를 통해 보강될 수 있는 유용한 텍스트라고 믿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나는 최승희의 일어판 <나의 자서전>이 그의 삶과 춤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아 줄 수 있음을 보일 것이다. (1) 최승희의 경성/홍천 출생 논란, (2) 최승희의 집안이 경제적으로 몰락했던 이유, (3) 최승희가 숙명여학교에서 두 학년을 월반했다는 주장, (4) 최승희의 남편 안막의 이름이 스승 이시이 바쿠의 이름을 모방한 것이라는 오해, (5) 최승희가 여성주의자였다는 주장, (6) 최승희의 무용은 조선무용이 아니라는 오해가 그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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