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 도미오 선생의 의뢰로 김병순씨의 한국내 연고를 조사하기 시작했을 때, 단서는 효고(兵庫)현 카와베(川邊)군 니시타니(西谷) 촌사무소가 1914년 8월3일에 발행한 매장인허증 한 장 뿐이었습니다. 당시의 카와베군은 오늘날 다카라즈카시에 편입되었습니다.
이 매장인허증에는 김병순씨의 “본적지”가 “조선 강원도 강릉부 북일리 대천동”이라고 흘림체 한자로 적혀 있었습니다. 흘림체로 쓰였기 때문에 ‘강원도’와 ‘강릉부’를 알아내는 데에도 애를 먹었고, 북일리(里)와 대천(天)동에도 오해가 끼게 있었습니다.
조사를 의뢰하기 2-3년 전 콘도 도미오 선생은 “강원도 강릉부”를 “경기도 강화부”로 오해, 인천광역시에 속한 강화군 강화읍을 찾아가 수소문을 한 적도 있으셨다고 합니다. 일본인도 알아보기 어려운 정도의 흘림체 한자였던 것이지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끝에 저는 이 한자 주소가 “강원도 강릉부”라고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북일리”와 “대천동”은 어려움을 가중시켰습니다. 1914년 4월1일 이후의 기록에는 강릉에 북일‘리(里)’와 대‘천(天)’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사 시기를 소급해 보니, 강릉군의 “북1리면”과 “북2리면”과 “남1리면”이 통합되어 군내면(郡內面)이 되었던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북일리”는 ‘리’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북일리면”에서 ‘면’을 생략하는 바람에 오해가 생겼던 것입니다.
또 1884년에 제작된 조선시대의 고지도를 참고하니, 북일리면 옆에 대창역(大昌驛)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강릉시 옥천동에는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지주가 남아 있는데, 그 명칭이 <강릉 대창리 당간지주>입니다. 즉, 오늘날의 교통, 중앙동, 옥천동 지역이 조선시대에는 대창리였던 것이지요. 따라서 매장인허증의 ‘대천동’은 대창리의 잘못이었습니다.
대창리에는 파발이 있었기 때문에 대창역(驛)이라는 지명이 지도에 표시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대창리에 파발과 대형 사찰이 있었던 곳이므로, 교통의 중심지였고 번화가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강릉시 군내면은 해방후 1955년의 행정구역 개편 때 포남동(浦南洞)이 되었고, 1995년 3월2일의 행정구역 정리 과정에서 포남1동과 포남2동으로 분리되었습니다. 2019년 현재 포남동의 인구는 3만명 정도로 강릉시의 도심이자 상권의 중심지입니다.
강릉시의 행정구역 개편과정을 추적한 끝에 매장인허증의 주소 “강원도 강릉부 북일리 대천동”은 오늘날의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김병순씨의 고향이 강릉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매장인허증의 주소를 단서로 김병순씨가 강릉 출신임을 확인한 후에는 족보 조사로 교차검증을 시도했습니다. 김병순씨의 이름에서 가운데의 ‘병(炳)’자가 항렬일 것으로 추정하고 강릉 거주 각 김씨 종친회를 조사한 결과 그가 경주김씨 수은공파 54대손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경주김씨 수은공파 세보(2009)>의 김병순씨의 항목에는 다른 사항은 전혀 기록되어 있지 않은 채 “일본 거주(在日本)”라는 세 글자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로서 이 김병순씨가 다카라즈카에서 희생된 김병순씨임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경주김씨 수은공파 강릉지회의 김자정 회장과 김철욱 지원의 도움으로 김병순씨의 친족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이 가족의 다른 구성원들의 기록도 불완전한 것이 많고, 조상들의 묘소 정보도 누락된 것이 많아 연고자를 찾기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강릉시의 행정구역 개편의 역사와 경주김씨수은공파의 족보 조사를 통해 1914년 다카라즈카에서 사망한 김병순씨가 강릉 출신이라는 사실만은 이중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jc,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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