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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2023강연

[강릉2023강연] 10. 무궁화 식수

타마세의 참배묘 앞에 무궁화를 심자는 제안은 일본 <팀아이>의 콘도 타쿠미 선생과 정세화 선생이 제시했습니다. 무궁화 식수 아이디어가 처음 제안된 것은 콘도 도미오 선생이 타계하신 직후였다고 합니다.

 

콘도 도미오 선생의 아드님 콘도 타쿠미 선생으로부터 콘도 선생이 가장 좋아하시던 꽃이 흰 무궁화라는 말씀을 들은 정세화 선생은, 이 꽃을 참배묘에 심자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콘도 타쿠미 선생의 자택 마당에도 콘도 도미오 선생이 직접 가꾸시던 무궁화가 심겨져 있다고 했습니다. 이 무궁화의 일부를 타마세에 옮겨 심자는 아이디어였던 것이지요.

 

 

콘도 도미오 선생은 정홍영 선생과 함께 타마세의 조선인 희생자들을 발굴하신 분이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는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정홍영 선생과 콘도 도미오 선생의 아드님이신 정세화 선생과 콘도 타쿠미 선생이 내시고 실행에 옮기신 아이디어인 만큼 더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처음에는 무궁화와 진달래를 나란히 심자고 했는데, 이는 두 꽃이 남한과 북한의 국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확인해 본 결과 북한의 국화는 진달래가 아니라 목란이고, 목란을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일단 무궁화를 심기로 하신 것입니다.

 

 

무궁화 식수는 20235월로 예정되었고, 사전 준비는 정세화 선생이 담당하셨습니다. 때마침 <1강릉포럼>의 김중남, 강승호, 조은혜 선생이 이 시기에 맞춰 다카라즈카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세 분은 514일 타마세의 만푸쿠지를 방문해 이 사찰의 주지 아다치 타이쿄-아다치 치쿄 부처를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들은 강릉 출신의 김병순씨가 1914년 사망한 이래 매년 8월에 거행되는 위령제사를 3대에 걸쳐 집전해 오신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강릉포럼의 세 분은 조선인 위령 제사를 결정하고 후원해 온 타마세의 진심회와, 실제로 위령 제사를 진행했던 타마세의 부녀회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무궁화 식수가 진행됐습니다. 부슬부슬 비가 내렸고 우산을 써야 했지만, 무궁화 식수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이날의 식수 행사를 위해 부녀회원들은 아침 일찍 참배묘 인근의 벌초를 하셨고, 식수 행사에는 단신회의 회장과 부회장이 나란히 참석하셨습니다.

 

강승호 선생이 단신회 회장에게 무궁화나무를 전달했고, 50여명의 참석자들이 삽을 들고 차례로 무궁화 묘목에 흙을 덮었습니다. 김중남 선생은 무궁화 식수에 참여한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고, 무궁화를 옆에 두게 된 세 조선인 희생자들의 위패에 큰 절을 올리셨습니다.

 

 

타마세의 주민들은, 김병순씨의 고향 강릉에서 오신 희생자들에게 극상의 예를 드리고, 자신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을 보시고 감동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참배묘와 잘 돌보고, 새로 심긴 무궁화가 꽃이 필 때까지 부지런히 물을 주고 벌초를 하시겠다는 약속도 하셨습니다. 강릉과 다카라즈카가 다시 한 번 굳게 연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무궁화 식수가 끝난 후 강릉 방문단의 김중남, 강승호, 조은혜 선생은 다카라즈카시의 키타노 사토코(北野さと) 시의원과 효고현의 하시모토 나루토시(橋本成年) 현의원을 접견했습니다. 키타노 사토코 의원은 다선의 관록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하시모토 나루토시 의원은 다카라즈카시 공무원 출신으로 34기로 효고현 의회에 입성한 신참 의원입니다.

 

 

김중남 선생도 강릉시 공무원 출신으로 강릉시장에 출마한 바 있습니다. 하시모토 나루토시 의원과 김중남 선생은 서로의 노력을 치하하면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배묘 곁에 심긴 무궁화나무는 9월 중순에 꽃을 피웠습니다. 정세화 선생이 보내주신 사진을 보니까 아직은 가지가 여리고 꽃은 막 피어난 봉오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이 무궁화나무는 죽지 않고 살아서 번성하게 될 것임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jc, 202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