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구글을 신뢰합니다. 많이 신뢰합니다. 한국 밖에서는 다음이나 네이버가 무용지물이므로 더더욱 구글에 의존하게 됩니다. 구글 지도의 정보는 정확한 편이어서, 크롬과 함께 제 외국 여행의 충실한 동반자입니다.
그런 구글 지도가 저를 실망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3년 전 여름, 엄청나게 더운 날 교토 도서관에 조사를 갔었습니다. 구글 지도를 가지고 동선과 차편, 교통비와 문 여는 시간까지 모두 확인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교토 도서관이 휴관이었습니다.
도쿄에서 교토까지 빠른 기차를 탔고, 교토 조사를 하루에 마치고 저녁에 오사카로 갈 계획으로 호텔은 신오사카에 잡아놓았습니다. 그런데 휴관이라는 겁니다. 구글이 이럴 수가....
그때의 황당했던 경험이 아오모리에서 반복됐습니다. 취재 둘째 날이자 도호쿠 조사 첫날, 모리오카 취재가 잘되어서 시간이 남았고, 다음날 가려던 아오모리를 오후에 가기로 했습니다. 도서관이 7시까지 문을 연다고 했으므로 바로 기차를 타고 아오모리로 갔습니다.
아오모리 도서관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양쪽에서 모두 멀리 떨어져 있더군요. 특히 신칸센이 도착하는 신아오모리에서는 거리가 꽤 멉니다. 구글 지도에 경로를 물으니, 버스를 타라고 하는데, 한번 갈아타야한다고 나옵니다. 대안이 없으므로 시키는 대로 버스를 탔습니다.
갈아타라는 곳에서 내리니까, 다음 버스가 안 오는 겁니다. 정류장에 적힌 시간표를 보니까 지난 8월에 변경되었더군요. 다음 버스가 45분 있다가 온다고 합니다. 다른 버스를 찾아보려는데, 구글의 버스 시간표는 믿을 수 없고, 그 정류장에서 45분이나 기다릴 수도 없었습니다.
후루카와에서 도서관까지 3.7킬로미터더군요. 걷기로 했습니다. 빨리 걸으면 1시간 이내에 도착할 것 같았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떨면서 45분을 기다리느니 그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지요.
일본은 날이 빨리 어두워집니다. 한국보다 동쪽에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같은 표준시를 쓰는 한국(127도)과 일본(135도)의 경도 차이가 8도에 불과하지만 해지는 시간은 확연하게 차이가 나네요. (그 대신 아침에는 해가 빨리 뜹니다.^^)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는 5시 반이었는데도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도쿄는 더웠고, 모리오카도 서늘한 정도였는데, 아오모리는 춥더군요. 황량하고 인적도 드문 길을 걸어서 도서관에 도착했더니, 정문 옆에 “오늘은 휴관일입니다”라고 씌여 있었습니다. 망연했습니다.
다행히 버스가 금방 왔습니다. 기차역에 가냐고 물으니까, 간다고 합니다. 얼른 탔지요. 그런데 신칸센을 타는 신아오모리 역이 아니라 재래선 아오모리역에 내려주십니다. 그 역에는 신칸센 역으로 가는 기차가 자주 있습니다. 구글이 버스 대신 아오모리역으로 가는 재래선 열차를 안내해 줬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거기는 도서관으로 가는 버스도 많더라고요.
다른 방도가 없으므로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다음 날 아침 두 번째 아오모리에 갈 때는 한결 쉬웠습니다. 신칸센과 재래선의 시간을 잘 연결시킬 수 있었고, 마지막에 버스를 한 번 타는 것도 수월했습니다. 신아오모리에서 도서관까지 가는 시간도 훨씬 절약될 수 있었고요.
이런 것을 경험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실패는 경험을 주되 다음 시도에서 성공하게 해주지요. 하지만 북부 지방의 몰아치는 바람 속을 45분 동안 걸었던 시도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것입니다. 다행히 감기나 몸살에 걸리지는 않았고, 모리오카에 도착해서 먹은 라멘과 하이볼이 속을 뜨끈하게 풀어줬습니다.
예정을 앞당겨 취재를 간 것은 무모했지만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JR패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이 패스는 일주일간 신칸센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패스입니다.
모리오카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신칸센을 얼마나 탔는지 계산해 봤습니다. 5만엔 주고 산 패스로 첫날 3만270엔어치 신칸센을 탔더군요. 앞으로 6일동안 더 사용하면 패스값은 톡톡히 빼고도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하게 그런 게 위안이 되네요.^^ (jc, 202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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