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5월2일의 <이와테일보>는 간략하게나마 모리오카에 도착한 최승희 선생의 일정을 보도했습니다. “오후1시14분에 모리오카에 도착”해서 “오다지마 여관의 별관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오후3시에 촬영회, 오후6시부터는 무대”에 오르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세 문단짜리 기사에 많은 정보가 들어 있었습니다. 우선 최승희의 모리오카 숙소는 오다지마(小田島) 여관이었습니다. 오다지마 여관은 1897년 오늘날 모리오카의 혼마치거리(本町通り)에서 하숙집으로 창업되었고, 1915년 닛카게몬(日影門) 인근의 작은 거리로 이전했습니다.
최승희 선생이 투숙했던 오다지마 여관은 바로 이곳인데, 오늘날의 주소는 주오도리1가(中央通1丁目)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모리오카의 최고급 여관이었다고 합니다.
오다지마여관은 1954년 주식회사 오다지마 여관으로 법인화되었고, 1979년에는 건물을 신축해 이름을 <호텔 오다지마>로 변경했습니다. 이 호텔은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저도 토요코인 대신 호텔 오다지마에 숙박했을 것입니다. 가격도 그다지 높지 않더군요.
호텔에 체크인한 후에 최승희는 오후3시에 “촬영회”에 참석했다고 보도됐습니다. 이 촬영회는 1934년 8월에 카마쿠라의 유이가하마, 1935년 10월에 도쿄의 오쿠타마 계곡, 11월 효고현의 고베와 다카라즈카 등지에서도 열린 바 있었습니다.
이 촬영회는 보통 야외에서 개최되었는데, 최승희가 무용의상을 입고 모델로 등장하면, 사진기를 소지한 참가자들이 1시간 동안 자유롭게 최승희의 다양한 포즈를 촬영하는 모임입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예술가와 연예인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았고, 이같은 상황에서 최승희가 연예인 대접을 받았던 행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촬영회의 참가자들은 사전에 참가신청을 해야 하고, 참기비도 내야 했습니다. 촬영회 참가비는 보통 최고가 공연 입장료만큼 비쌌습니다. 모리오카 공연의 1등석 관람료가 1엔이었으므로 촬영회의 참가비도 1엔이나 그 이상이었을 것입니다.
모리오카 촬영회의 주최자가 누구였는지는 찾아내지 못했지만, 운이 좋으면 당시의 기록을 따라가서, 당시에 최승희를 촬영했던 사진들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최승희 촬영회는 보통 콘테스트 형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수상자와 수상자를 발표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934년 8월 카마쿠라 유이가하마에서 열렸던 최승희 촬영대회에 참가해 2등상을 받았던 쿠와바라 키네오(桑原甲子雄, 1913-2007)의 최승희의 사진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최승희가 예술가보다 연예인처럼 대접받은 또 하나의 행사가 있었습니다. 1936년 6월11일의 <이와테일보(석간3면)>에는 <최승희의 사안회(似顔會)>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사안회’란 ‘얼굴(顔)을 비슷하게(似) 그린 그림(繪)’이라는 뜻으로, 요즘 말로 캐리커쳐(caricature)를 가리킵니다. 즉, 최승희의 얼굴 모습의 특징을 잘 잡아내어 그린 그림을 모집해 시상하는 콘테스트였던 것이지요.
“미소노자(御園座) 극장에서는 최승희 주연 영화 <반도의 무희(1936)> 상영을 계기로, 최승희 여사의 캐리커처를 모집 중이었는데, 응모 작품이 170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6월) 9일 이 극장 기획부에서는 본사(이와테일보) 영화부가 입회하는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실시, 다음의 세 사람을 입상자로 선정했다. 1등 타카하시 미네카제(高橋峯風, 45점); 2등 이바라키 치지(茨原吉二, 40점); 3등 이와부치 토요하루(岩淵豊治, 37점).”
이 기사로 미루어 1936년 4월에 도쿄에서 개봉되었던 최승희의 자전적 영화 <반도의 무희>가 같은해 6월초에는 모리오카에서도 상영되었는데, 이를 기회로 영화관은 이와테일보와 협력해, “최승희 캐리커쳐 그리기 대회”를 열었던 것입니다.
3명의 수상자는 선정되었지만 이들의 작품은 소개되지 않았고, 수상자들에게 어떤 상품이나 상금이 수여됐는지는 기록이 없습니다. (jc,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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