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륙14학교

[대륙14학교] 7. 김진향 강연 (5) 통일교육의 부재

김진향 선생은 한반도의 분단을 3단계로 나누어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그 세 단계의 분단 책임이 다르게 귀속되기 때문입니다. 1945725일의 헐 라인(Hull Line)에서 92일의 군사분계선 확정까지의 1단계 분단은 일본의 유도와 미국의 주도, 그리고 소련의 호응으로 야기된 것입니다. 분단의 기원에 대한 책임이 일-미-소에 있습니다.

 

2단계의 분단국가 수립과 3단계의 정전협정의 결과로서의 한반도 분단의 책임은 미소중과 남북한이 지게 됩니다. 공식 참전하지 않은 일본은 빠집니다. 그래서 1단계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있으면 한반도 분단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면제해 주게 됩니다.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의 의도가 바로 그겁니다. “일본은 한국 분단에 책임이 없다.”

 

 

분단 문제에 대한 이런 경향성은 한국의 역사 교과서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사실 교과서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는 분단의 원인과 그 책임이 왜곡되기 때문이지요. 김진향 선생이 통일 교육이 없다고 개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분단과 통일은 동전의 양면이죠. 분단의 극복이 통일이고, 통일의 실패가 분단의 지속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분단에 대한 교육이 왜곡되면 당연히 통일에 대한 교육도 왜곡됩니다. 특히 분단을 획책하고 지속시키려는 주체가 누구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면 통일 추진에도 심각한 방해가 됩니다.

 

201810월 북중미는 한국전 종전선언을 협의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양을 방문하기 직전 일본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에게 아베 신조 총리와 고노 타로 외상은 둘 다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는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당사자도 아닌 일본이 왜 반대하죠? 휴전 상태인 한국전의 종전은 한국인들에게는 분단을 종식하고 통일로 나아가는 첫 걸음입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종전선언이 시기상조라며 반대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일본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일본이 한반도 분단의 주범의 하나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일본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때문이 아닙니다. 일본이 한반도를 재침략하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죠.

 

일제 군국주의는 1945810일 패전을 눈앞에 두고 미국에게 항복의사를 밝히면서, 항복의 조건으로 조선의 식민지 유지를 요청했습니다. 미국은 일본의 조건부 항복을 일축했지만, 조선에 대한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집착이 얼마나 병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패전 후, 일본 군국주의 전범들이 처형되고 난 뒤에도 일본 정부는 조선 침략에 집착했습니다. 1952년 일본 식민지 영토 반환문제를 결정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도 조선과 타이완에 대한 지배권을 탈환하려 했고, 특히 독도의 반환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일본은 한국전쟁(1950-1953) 중에도 미국에게 한국전 참전의 대가로 한반도 지배권을 요청했습니다. MBC의 박건식PD2001622일 방영된 <이제는 말할 수 있다>“625, 일본 참전의 비밀에서 일본 우익의 대표자 고마다 요시로가 맥아더에게 일본 참전 요청서를 보내 참전의 대가로 한반도를 다시 통치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을 발굴,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패전 후에도 한반도 재침략을 노리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다음 세대에게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분단과 통일에 대한 교육을 전달할 때에, (1) 한반도 분단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명기하고, (2) 지금도 일본은 한반도 재침략을 획책하고 있다는 점을 경고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망한 아베의 종전선언 시기상조주장과 오늘날 고노 방위상의 집무실에 한반도 지도를 걸어놓은 것이 바로 그점을 시사합니다.

 

한국의 뉴라이트 사학자들은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제의 식민 지배를 미화하고, 한반도 분단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도대체 이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계속, jc, 2023/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