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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희 이야기

[마르세유1939공연] 13. 마르세유 리셉션

최승희의 도착은 마르세유에서 큰 뉴스였다. 마르세유의 주요 4개 일간지가 그녀의 도착과 리셉션을 보도했다. 228일의 <르 쁘띠 마르세예(3)>는 리셉션의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어제 오후 마실랴 살롱에 타카와 일본 영사 부처의 친절한 초청에 따라 사교계 명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 리셉션은 저명한 극동의 무용가 최승희 여사를 소개하기 위해 열린 것이다.

 

그녀는 미국과 파리에서 그녀의 고국 조선의 무용을 공연해 화려한 성공과 높은 칭송을 받았다. 마르세유의 관객들도 내일 저녁 오페라 뮈니시팔 극장에서, 자신의 성품과 재능을 우아하게 표현해 온 최승희에게 존경과 갈채를 보내게 될 것이다.”

 

기사는 리셉션이 최승희를 마르세유에 소개하기 위해 일본 영사관이 주최한 것이라고 밝혔다. 타카와 히로시(高和博) 영사 부처가 마르세유의 사교계 명사들(assistance élégante)을 초대했다고 보도했으나, 그 명사들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물론 게재된 사진을 통해 당시의 마르세유 시민들은 어떤 명사들이 참석했는지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80여년이 지난 지금은 필자는 물론 마르세유 시민들도 누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행히도 <르 라디칼 드 마르세유(3)>는 참석 명사들의 일부를 공개했다.

 

최승희 여사가 일본 영사 다카와 씨, 민사법원장 카바이용 씨, 시립 오페라 총감독 마니 씨 등에게 둘러싸여 있다.”

 

이 기사는 마르세유 민사법원장과 시립 오페라 총감독이 리셉션에 참석했다고 밝히면서 그들의 이름을 공개했다. 마르세유 법조계의 최고위급 인사와 예술계의 거물이 참여한 것으로 미루어 마르세유의 저명인사들이 망라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은 또 마르세유 언론인들도 리셉션에 초대되었다고 보도했다.

 

내일(31) 밤 시립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의 서막으로, 어제(227) 마실랴 살롱에서는, 마르세유 주재 일본 총영사 다카와 씨 부처가 극동 최고의 무용가이자 조선 최고의 미인최승희씨를 언론에 소개했다.”

 

 

일본 영사관이 이 리셉션을 개최한 이유가 최승희의 공연을 돕기 위해서였으므로, 이 공연을 마르세유의 명사들 뿐 아니라 일반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야 했다. 마르세유의 주요 언론사들을 초청됐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일간지 <르 세마포르 드 마르세유(5)>도 이 리셉션에 언론사가 초청되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어젯밤 마실랴 살롱에서 타카와 일본영사 부처는 많은 명사들과 언론에게 저명한 조선인 무용가 최승희를 소개했다. 그녀는 내일 오페라에서 갈라 공연을 열게 된다.”

 

초청을 받은 마르세유의 신문사와 잡지사들은 모두 사진사와 함께 취재기자를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 리셉션 이후 4개의 주요 일간지들이 이 리셉션과 공연 일정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잡지들이 공연평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개최된 리셉션이기 때문에 최승희가 인사말을 했을 것은 분명하다. <르 쁘띠 프로방살(4)>최승희는 마르세유에 와서 춤출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기사가 전한 최승희의 인사말은 의례적인 내용에 머물렀는데, 이는 아마도 언어장벽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승희는 프랑스어를 전혀 몰랐고, 영어도 그리 능숙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르 라디칼 드 마르세유(3)>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최승희씨는 영어로 말했고, 프랑스어를 못한다는 자신의 말과는 달리 우리 언어를 꽤 이해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떤 경우이든, 표현력이 뛰어난 그녀의 눈,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희고 가는 손이 부족한 그녀의 말을 대신했다.”

 

리셉션에서 최승희의 의사소통은 말보다는 표정과 몸짓에 의존했던 것이다. (jc, 2024/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