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의 감사패가 다카라즈카에 전달되자 일본에서 감동이 일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저는 감사패를 드린 일이 왜 감동스러운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옳은 일을 한 것은 그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인 희생자를 위령해 오신 타마세의 주민들과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를 건립하신 분들에게는 그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분들은 마땅히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1914년 김병순씨가 타마세 마을 인근의 공사현장에서 사망했을 때 그는 외국인 노동자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타마세 마을은 마을 경계 안에서 사망한 분들을 장례하고 마을의 묘지에 매장하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고, 외지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타마세는 무코 강변의 산중 마을입니다. 그래서 오사카나 고베 등의 대도시에서 무코강 상류까지 와서 자살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절벽에서 투신한 시신이 무코강에 실려 타마세 마을 강변에 밀려오면 주민들은 그가 누구이며 무슨 사연으로 목숨을 끊었는지를 묻지 않고 장례를 치르고 매장하는 관습을 지켜왔다고 합니다. 타마세 주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여겼던 것이지요.
그런데 김병순, 남익삼, 장장수의 3인의 조선인은 타마세의 관습에 비추어도 특별한 대접을 받으신 것이 사실입니다. 타마세 주민들은 이들을 장례하고 매장했을 뿐 아니라 참배묘를 만들어 매년 8월 위령제사를 지냈기 때문입니다. 죽어서도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식민지인의 처지를 애석하게 여겼기 때문이겠습니다.
정홍영-콘도 도미오 연구팀이 1929년의 다이너마이트 폭발사고로 돌아가신 2분의 조선인을 발굴한 것도 자신들이 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선인 단체의 지도자를 역임했던 정홍영 선생이 이 지역의 조선인의 족적을 기록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콘도 도미오 선생이 일본인 교사로서 이 일에 오래 동참한 것은 민족애보다 더 큰 인류애의 발로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도비를 건립하신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분들이 추도비를 세운 까닭은 철도공사와 수도공사 등, 일본의 초기 근대화를 위해 일하다가 희생된 분들이라면 일본인이든 조선인이든, 국적에 상관없이 추도되어 마땅한 일이라고 여기신 것이니까요.
제가 한국인으로서 타마세의 참배묘와 다카라즈카의 추도비를 보고 감동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분들이 해 오신 일을 한국에 알리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그분들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셨기 때문에, 참배묘는 오랫동안 타마세에 머물렀고, 조선인 추도비는 다카라즈카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이를 목격한 저로서는 이 선행과 미담을 한국인들에게 알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패 청원을 접수한 강릉시의 공무원들이 신속하게 감사패 증정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것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강릉의 김한근 시장이 다카라즈카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시한 것은, 다카라즈카의 나카가와 도모코 시장이 자신의 직함과 이름을 추도비에 새기면서 조선인 희생자를 추도한 것에 대한 마땅한 화답이 되었습니다.
다카라즈카 시민과 활동가들이 ‘감동’했다는 것은 의외입니다만, 거기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지방정부가 일본 시민들의 노력에 공식적으로 감사를 드린 것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한일관계는 경색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정부 사이의 일입니다. 극단적인 일부를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의 대부분의 시민들은 인류애를 바탕으로 살아갑니다. 타마세의 참배묘와 다카라즈카의 추도비가 그 예입니다.
일본에는 170백 개가 넘는 조선인 추도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그 각각이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와 비슷한 사연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다카라즈카 조선인 추도비(2020)>는 가장 나중에 건립되었지만, 한국 지방정부의 공식적인 감사를 받은 첫 추도비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점이 다카라즈카의 시민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하고 있습니다. (jc,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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