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 코레야라는 예명/필명의 유래에 대해서 일본의 백과사전들은 침묵하지만, 2017년 9월 <아시아프레스(Asia Press)> 홈페이지에 게재된 카토 나오키(加藤直樹, 1967-)의 기사에 그 이유가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발단은 1923년의 간토대지진 직후의 조선인 학살 사건이었다. 이에 대한 <아시아프레스>의 기사를 번역해 보자.
“당시 그(=센다 코레야)는 19세로 도쿄 센다가야(千田谷)에 살고 있었다. 지진 다음 날(=9월2일) 밤, 조선인 집단이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듣고 이를 사실로 믿은 그는, 몽둥이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그는 거꾸로 조선인으로 오해되어 죽창과 곤봉으로 무장한 남자들에게 붙잡혀 둘러싸였다. 우연히 그를 아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보고 오해를 풀어주어서 풀려났지만,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던 것이다.
“나흘 뒤인 9월6일 계엄사령부가 ‘조선인 폭동’의 유언비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부인했고, 10월 하순에는 보도규제가 해제되면서 간토지역 각지에서 벌어진 조선인들이 학살된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끔찍한 학살을 전하는 신문 기사를 읽는 동안 그의 가슴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만약 그때 자신도 조선인을 붙잡아 놓고 둘러쌌던 일본인의 한 사람이었다면 무슨 짓을 하게 되었을까--.
“‘나도 가해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자성의 교훈을 새기면서 나는 센다 코레야, 즉 센다가야의 코레얀(Korean)이라는 예명을 사용하기로 했다.(<결정판 쇼와사(決定版昭和史), 4권>, 마이니치신문사, 1984년).’
“이것이 그의 생애를 규정하게 된 '센다 고레야'라는 이름에 담긴 그의 생각이었다. 그 같은 경험을 했던 센다 코레야가 1973년 지진과 공습 희생자들을 위령하는 요코아미초(横網町) 공원에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를 건립하자는 호소에 화답해, 간토대지진 50주년 조선인 희생자 추모행사 실행위원회에 참여한 것은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 도쿄에는 학살당한 조선인을 애도하는 추모비나 위령비가 단 하나도 세워져 있지 않았다. 추모비를 건립하자고 가장 먼저 호소한 것은 <일본과 조선 두 민족의 이해와 우호를 내세우는 일조협회(日朝協会)>라는 단체였지만, 사상과 신조를 넘어 대단히 폭넓은 부문의 인사들이 이에 동조했다.
“추도비 건립 실행위원회에는 일조협회 회장과 도쿄도 의회를 구성하는 각 정당의 간사장이 참여했고, 이에 더해 불교 천태종의 스님 미부 쇼준(壬生照順)과 센다 고레야 등의 예술가들도 참여했다. 또 이 실행위원회에 기부 등의 형태로 협력한 사람도 600여 명의 개인과 250여개 단체에 달했다.
“내가 입수한 명부를 보면, 거기에는 이치카와 후사에(市川房枝, 1893-1981, 타이닌(第二院) 클럽 소속), 우쓰노미야 토쿠마(宇都宮徳馬, 1906-2000, 자민당 소속) 등의 국회의원, 미노베 료키치(美濃部亮吉 1904-1984, 도쿄 도지사,), <전일본 불교회>를 설립한 승려 도모마츠 엔타이(友松円諦, 1895-1973), 도쿄의 특별구인 고토구(江東区)의 구청장 고마쓰자키 군지(小松崎軍次, 1903-1995),
역사학자 이시모다 타다시(石母田正, 1912-1986, 호세이대 법대 교수), 작가 이시가키 아야코(石垣綾子, 1903-1996) 등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단체로는 사회당과 공산당의 도(都) 단위 조직은 물론 자민당, 공명당, 민사당의 여러 구(區)의원, 다양한 기업, 노동조합, 불교사원, 극단, 병원, 법률사무소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센다 코레야가 본명을 제쳐두고 새로운 예명을 만든 것은 간토대지진 직후 조선인 학살사건 때문이었다. 그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천우신조로 그 두 함정에서 벗어난 센다 코레야는 이를 다행으로 여기면서 향후 자신을 “센다가야의 코리안”으로 자처하게 된 것이다. (jc, 202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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