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 코레야] 1. 배우/연출가

센다 코레야(千田是也, 1904-1994)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일본인이라면, 특히 극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한국인에게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센다 코레야는 배우이자 연출가였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일본대백과전서 니포니카(인터넷판)>에는 센다 코레야를 다음과 같이 길게 소개하고 있다.

 

 

“연출가, 배우. 본명 이토 쿠니오(伊藤圀夫). 도쿄에서 태어나다. 무용가 이토 미치오(伊藤道郎, 1893-1961), 무대 장치가 이토 키사쿠(伊藤熹朔, 1899-1967)의 친동생. 도쿄부립 제일중학교 졸업, 와세다 대학 독문과 청강생, 1924년에 창립된 쓰키지(築地) 소극장에 문예부원 겸 연기 연구생으로 참가, 창단 공연 레퍼토리였던 <해전(海戦)>에 수병 역으로 첫 출연했다.

 

“1927년부터 4년간 독일에 유학, 노동자의 혁명적 연극에 참가. 귀국 직후 경연극인도 포함한 연극인 통일단체 <도쿄 연극집단>을 결성하여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Die Dreigroschenoper, 1928)>를 번안, 각색한 <고지키 시바이(乞食芝居, 거지 연극)>을 상연했다. 또한 신쓰키지(新築地)극단과 신협(新協)극단에서 연출가, 배우로서 활약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하이유우자(俳優座)를 결성하여 그 핵심을 담당하는 동시에 신극 활동의 중심 역할을 했다. 1950년 이후에는 마후네 유타카(真船豊, 1902-1977)나 체호프 등 근대 사실주의 연극을 도입하고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을 일본에 확립시켰을 뿐 아니라, 아베코보나 브레히트의 연극을 소개했고, 연극 교육 부문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부인은 여배우 기시 테루코(岸輝子, 1905-1990).”

 

 

<니포니카>에 서술된 센다 코레야 항목은 시기별로 3부분으로 나뉜다. 독일 유학 이전의 초기(1904-1927)에는 쓰키지 소극장의 창단멤버였다는 점이 강조되었고, 독일 유학과 그 직후의 중기(1927-1945)에는 신쓰키지극단과 신협극단의 연출가이자 배우로 활약했던 점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이차대전 이후의 후기(1945-1994)에는 <하이유우자>의 창립자이자 극단주로서 신극활동과 함께 연극교육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고 서술했다.

 

<브리타니카 국제대백과사전>의 서술도 유사한데, 센다 코레아가 신쓰키지극단에서 <햄릿(1933)>의 주연을, 신협극단에서 마후네 유타카의 <돈소후(遁走譜, 1940)>의 연출을 담당했던 점이 상술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본 군국주의의 좌익 탄압으로 1940년부터 2년간 투옥되었던 사실도 덧붙여져 있었다. 그밖에도 다른 5권의 일본 백과사전들도 모두 센다 코레야를 표제어로 선정, 서술했으나, 서술이 짧고 위의 두 사전의 내용에 추가된 사항은 없었다.

 

 

그런데 일본의 백과사전들이 공통적으로 간과한 사실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센다 코레야가 ‘이토 쿠니오’라는 본명 대신 ‘센다 코레야’라는 예명을 사용하게 된 정황, 다른 하나는 그가 1936년에 개봉된 조선무용가 최승희의 무용영화 <반도의 무희(半島の舞姬)>에서 남우 주연을 맡았던 사실이었다.

 

센다 코레야는 “센다가야의 코리안”이라는 뜻이다. 센다가야(千馱ケ谷)는 1923년 그가 와세다 대학 청강생 시절에 살았던 지역이다. 그는 자신의 본명 대신 ‘코리아’를 음차한 예명 “센다 코레야”를 지속적으로 사용했는데, 이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본인이 그 경위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발표한 적도 있지만, 백과사전들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그는 어째서 “센다가야의 코리안”이라는 예명/필명을 사용했을까? 그리고 7권이나 되는 일본의 백과사전들은 어째서 그 사실을 단 한 권도 언급하지 않았을까?

 

백과사전들은 또 센다 코레야가 <반도의 무희>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사실도 언급하지 않았다. 센다 코레야는 1936년(24세)부터 1966년(54세)까지 약 30년 동안 74편의 극영화에 출연했는데, 그중 첫 번째가 <반도의 무희(1936)>였다. 즉, <반도의 무희>는 센다 코레야의 영화 데뷔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은 백과사전들에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왜일까? (jc, 2023/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