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라즈카1935공연] 8. 우타고에(うたごえ)

스도 고로(須藤五郞, 1897-1988)가 1949년 오사카에서 시작한 ‘노동자음악협의회(=노운)’보다 1년 앞선 1948년, 세키 아키코(関鑑子, 1899-1973)가 도쿄에서 ‘우타고에 운동’을 시작했다.

 

 

우타고에(うたごえ) 운동은 일본공산당이 도쿄에서 시작한 대중적 문화운동이자 정치운동이다. 1947년 일본청년공산동맹 중앙합창대가 연주활동을 개시해 이 운동의 모태가 되었다. 1948년 2월10일 성악가(소프라노) 세키 아키코의 지도 아래 중앙합창단이 대중적 노래부르기 운동을 시작했고, 이후 일본 각지에 합창대를 조직하는 한편, 연주회를 위한 노래를 작곡했다.

 

1960년대에는 직장과 학교, 지역에서의 우타고에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노동 운동과 반전 운동 등과 연대하는 일본공산당의 문화운동으로 자리 잡았고, 특히 1960년의 안보투쟁과 삼지투쟁을 경험하면서 우타고에 운동의 리더들이 대거 일본공산당에 입당했다.

 

 

우타고에 운동은 창작곡을 중심으로 삼고자 했지만, 이내 부르기 쉽고 이미 널리 보급된 민요와 가요, 그리고 외국의 포크송도 자주 불렸다. 우타고에 모임에서 러시아계 민요와 포크송이 자주 불린 것은 이 운동이 소련과 심정적으로 가까운 공산주의 문화운동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엔카와 가요는 ‘자본에 수용되어,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는 도구’로 비판되었고, 미국식 재즈나 팝은 ‘미제국주의의 일본문화 침략 수단’이라고 배척됐다. 그러나 1970년대 일본의 좌익 대중운동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우타고에 운동 일각에서는 팝과 재즈를 수용, 새로운 창작 경향도 시작되었고, 우타고에 리더들이 대중음악과 가요계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몬타 요시노리(もんたよしのり, 1951-2023), 카미조 츠네히코(上條恒彦, 1940-생존), 사토 무네유키(さとう宗幸, 1949-생존) 등이 그러한 예이다.

 

 

우타고에 운동이 일본 전역으로 퍼져가면서 우타고메 킷사(歌声喫茶)라는 노래다방이 생겼다. 노래다방이란 리더의 선곡과 선창에 따라 손님들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다방이다. 반주에는 피아노나 아코디언 등이 주로 사용되었고, 큰 가게에서는 밴드를 동원하기도 했다. 각 노래다방에는 참여자들의 편의를 위해 자체적으로 편집한 노래집이 비치되어 있었다.

 

우타고에 운동의 연표에 따르면 첫 노래다방은 1950년 12월 도쿄 신주쿠(新宿区新宿２-55)에 문을 연 <돈조코(どん底)>였다. <돈조코>는 막심 고리키의 희곡 <밑바닥(На дне, 1902)>의 일본어 번역이었다.

 

 

<돈조코>에서 단골손님들이 자주 노래를 부르기는 했으나 본래 술집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우타고에 킷사로 간주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연표에 따르면 1953년 12월 신주쿠(新宿区新宿26)에 문을 연 <토모시비(灯, ともしび, 등불)>는 처음부터 노래다방을 표방하며 시작된 최초의 우타고메 킷사였다.

 

 

이어 <카츄샤(カチューシャ, 1955년12월, 新宿区歌舞伎町14)>, <야마고야(山小屋, 1957년3월, 豊島区池袋東1-97)>, <카츄샤 서부점(1957년12월, 新宿区歌舞伎町23)>, <마키바(マキバ, 1958년3월, 渋谷区宇田川町80)>, <토모시비 2호점(1959년 10월, 新宿区歌舞伎町12)>, <백십자(白十字歌ごえコーナー, 1962년6월, 豊島区巣鴨2-34)>, <길상사 토모시비(吉祥寺「灯」, 1962년10월, 武蔵野市吉祥寺本町)> 등이 차례로 개업, 1963년 3월25일 현재, 도쿄 시내의 우타고에 킷사는 10개에 이르렀다.

 

 

도쿄의 성업에 힘입어 우타고에 킷사는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가 1965년경 전국에 수천 개의 우타고에가 영업했으나, 이후 우타고에 운동의 퇴조와 티비와 가라오케 등의 보급으로 우타고에 킷사도 급속하게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1969년 5월11일 <토모시비>의 종업원과 고객에 의해 창설된 <음악문화집단 토모시비(音楽文化集団ともしび)>의 주도로 우타고에 킷사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고, 2022년 현재 부분적, 간헐적으로나마 함께 노래기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노래다방은 일본 전역에 아직도 114개가 영업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jc, 202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