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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2023취재] 30. 후쿠시마 (1) 공연 포스터

1111일 아침, 센다이 조사를 마치고 후쿠시마로 왔습니다. 센다이 조사를 빨리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전날 밤에 치밀한 사전 조사로 살펴볼 신문의 범위를 매우 좁혀놓았기 때문입니다.

 

 

센다이에서 서둘렀던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날 오전에 센다이, 오후에 후쿠시마, 저녁에 야마가타 조사를 하기로 계획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야심에 찬 계획이었는데, 현실적으로 후쿠시마 조사가 길어지면 야마가타 조사는 포기한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야마가타에 다시 가는 것은 19376-7월의 신문을 보기 위해서인데, 이때는 센다이와 모리오카에서도 공연이 없었기 때문에 야마가타에서 공연이 있었으리라고 믿기 어려웠습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조사를 맨 마지막에 두고, 일정이 맞지 않으면 버리기로 한 겁니다.

 

 

센다이나 야마가타에 비하면 후쿠시마 조사는 쉬운 편이었습니다. 사전 조사를 통해 후쿠시마 공연 포스터를 확보해 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리오카 조사 때와 비슷한 조건입니다.

 

공연 일시와 극장이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일시는 193772, 극장은 후쿠시마 신카이자(新開座)였습니다. 그리고 이 공연의 주최자가 <후쿠시마민유(福島民友)신문>입니다.

 

이제 도서관에 가서 이 공연을 <후쿠시마민유신문>의 기사를 확인하고, <신카이자> 사진과 지도를 확보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밖에 다른 공연이 더 있었는지를 확인하면 되는 것이지요.

 

 

<후쿠시마민유신문>622일 첫 기사를 낸 이래로 약 2주일간 최승희와 그의 공연을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사진을 곁들이 3-5단짜리 기사들이 날마다 신문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세어보니까 기사의 수만 14개입니다. 그러나 모두 193772일의 공연에 대한 것입니다. 1936년의 신문도 조사했지만, 다른 공연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622일의 <후쿠시마민유신문(2)>1-4단에 이르는 장문의 기사를 실으면서 최승희 공연을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승희의 후쿠시마 공연이 결정되자 여성팬들이 열광하고 있고, “공연에 앞서 사인회를 열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 공연이 발표되자 후쿠시마 시뿐 아니라, 후쿠시마 현내 각지에서 공연을 격려하는 편지와 엽서가 쇄도하고 있고, 이에 감격한 후쿠시마유신신문의 직원들이 감격해서 날마다 공연 준비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624일의 신문에는 같은 면 같은 자리에는 최승희 공연의 연목이 해설과 함께 수록되었습니다. 그러나 레퍼토리의 모든 작품을 해설한 것은 아니고 1부의 2연목, 2부의 4연목, 3부의 2연목으로 모두 8작품만 선택해서 해설했는데, 제목과 내용뿐 아니라 반주로 사용된 음악까지 명시해 놓아서, 최승희 선생의 작품들을 분석하는 데에 좋은 참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시 포스터를 보면 이 공연이 도구(渡歐)고별공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구주(歐洲=유럽) 순회공연을 떠나기 전에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공연이라는 말입니다.

 

당시 무용가를 비롯한 일본인 예술인들이 외국 순회공연을 앞두고 고별공연을 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두 가지 목적입니다. 첫째는 한동안 국내 공연을 못하기 때문에 지명도가 하락하고 팬들에게 잊혀질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외 순회공연을 앞두고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공연을 갖는 것이지요.

 

 

다른 하나는 경제적인 이유입니다. 순회공연에는 많은 경비가 듭니다. 해외공연이 성공적이면 경비 문제를 걱정하지 되지만, 동양인 예술가가 서양에 가서 공연할 경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최승희의 스승 이시이 바쿠가 유럽과 미주 공연에서 예술적으로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항상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해야했던 것이 그러한 예입니다.

 

그래서 최승희도 유럽 순회공연을 앞두고 일본과 조선과 만주를 두루 다니면서 고별공연을 열었습니다. 최승희의 경우에도 팬들에게 잠시 작별한다는 의미와, 순회공연 비용을 마련하려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공연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jc, 202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