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호쿠신문>에 보도된 최승희 센다이 공연의 연목은 모리오카 공연의 연목과 그 수가 같았습니다. 둘 다 1부에 5작품, 2부에 6작품, 3부에 6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센다이에서 했던 공연을 모리오카에서도 그대로 반복했나 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공연이 3부로 구성되었고, 각 부의 발표작품 수는 같은데, 구성이 달랐습니다. 모리오카 공연과 센다이 공연의 연목을 다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센다이 공연 연목(1936년 4월29일)>
[제1부] 1. 검무(최승희); 2. 어린이의 세계 A. 인형씨(하리타 요코); 3. 2개의 코리안멜로디(최승희); 4. 인디언의 인상(이리사와 요시아키); 5. 희망을 안고서(최승희, 와카쿠사 토시코)
[제2부] 1. 승무(최승희); 2. 봄빛을 받고서(와카쿠사 토시코); 3. 습작(움직임의 시스템) 작품제1(최승희); 4. 호니호로시(최승희); 5. 노예 시치로 효에(하리타 요코); 6. 조선풍의 듀엣(최승희, 와카쿠사 토시코)
[제3부] 1. 희생(최승희); 2. 청춘; 3. 에헤야 노아라(최승희); 4. 금가락춤(와카쿠사 토시코, 하리타 요코, 키요미즈 요코); 5. 습작(움직임의 시스템) 작품제2(최승희); 6. 마음의 흐름(최승희, 후지타 유리야)
<모리오카 공연 연목(1936년 5월1일)>
[제1부] 1. 검무(최승희); 2. 어린이의 세계 A. 인형씨(하리타 요코); 3. 2개의 코리안멜로디(최승희); 4. 어린이의 세계 B. 춤을 추세요(하리타 요코, 키요미즈 요코); 5. 희망을 안고서(최승희, 와카쿠사 토시코)
[제2부] 1. 승무(최승희); 2. 봄빛을 받고서(와카쿠사 토시코); 3. 에헤야 노아라(최승희); 4. 탱고(오쿠라 요시아키); 5. 습작(움직임의 시스템) 작품제1(최승희); 6. 노예 시치로 효에(하리타 요코); 7. 마음의 흐름(최승희, 후지타 유리야)
[제3부] 1. 희생(최승희); 2. 금가락춤(와카쿠사 토시코, 하리타 요코, 키요미즈 요코); 3. 호니호로시(최승희); 4. 인디언의 인상(이리사와 요시아키); 5. 조선풍의 듀엣(최승희, 와카쿠사 토시코)
우선 모리오카 공연의 1부4연목인 “어린이의 세계 B. 춤을 추세요(하리타 요코, 키요미즈 요코)”와 2부4연목인 “탱고(오쿠라 요시아키)”가 빠지고, “습작(움직임의 시스템) 작품제1(최승희)”와 “청춘(2중무)”가 추가되었습니다.
또 빠지거나 더해진 연목들 말고도, 발표 순서가 바뀐 연목들도 있습니다. 센다이에서 1부4연목이었던 “인디언의 인상”이 모리오카에서는 3부3연목으로 이동했고, 센다이에서 2부6연목이었던 “조선풍의 듀엣”은 모리오카에서 3부5연목으로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센다이에서 3부6연목이었던 “마음의 흐름”도 모리오카에서는 2부7연목으로, 센다이에서 3부3연목이었던 “에헤야 노아라”도 모리오카에서는 2부3연목으로 이동했네요.
이런 식으로 1,2,3부를 가로질러 연목이 이동한 경우 이외에도, 같은 부 안에서도 앞뒤로 한두 차례 순서가 바퀸 작품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노예 시치로효에”는 2부5연목(센다이)에서 2부6연목(모리오카)로 한 순서가 미루어졌고, “금가락춤”은 3부4연목(센다이)에서 3부2연목(모리오카)로 앞당겨졌습니다.
그래서 센다이와 모리오카의 공연이 얼른 보기에는 같은 연목의 같은 공연처럼 보였지만, 내용을 자세히 보니까, 연목의 구성과 순서를 달리 배치하면서 완전히 다른 공연이 되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근대식의 새로운 공연법이었던 것입니다. 3-5분간 지속되는 각각의 짧은 연목들을 자유롭게 재배치함으로써 전혀 다른 인상과 느낌을 주는 공연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jc, 2023/11/11)